시로짱의 솜사탕 구름
세 살의 나는 일본어로 ‘시로짱’이라 불렸다.
유난히 하얗고 통통했던 내 볼살을 본 사람들은 나를 ‘흰둥이’라 부르며 웃었다.
내가 가진 가장 오래된 기억은
그 볼살처럼 말갛던 하늘에서 시작된다.
비행기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뭉게구름.
세 살의 내 눈에는 그것이 커다란 솜사탕처럼 보였다.
나는 좌석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엄마를 불렀다.
“엄마, 저기 봐. 솜사탕 같아. 가방에 있는 빨간 사과 설탕 꺼내줘. 저 구름 찍어 먹게.”
까르르 웃던 내 목소리는
기내의 웅웅거림 속으로 가볍게 흩어졌을 것이다.
그때 부모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일본에서의 터전을 잃고, 장애가 있는 아들과 어린 딸들을 데리고 불법 체류자라는 이름 아래 쫓기듯 고국으로 향하던 길.
앞날은 보이지 않았고, 돌아갈 곳도 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수많은 밤이 무너지고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딸은 하늘 위에 드리운 비극을 설탕을 찍어 먹을 수 있는 풍경으로 착각하며 손뼉을 쳤다.
그날의 비행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마지막으로 아무 걱정도 없었던 순간이었다.
창밖의 구름이 솜사탕이 아니라 서서히 내려앉을 안개라는 것을 알기에는
나는 너무 어렸고,
너무 하얬고,
너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시로짱’이라 불리던 나의 낙원은 구름 뒤편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비행기가 제주 땅에 닿던 순간, 나는 알지 못한 채 이후의 시간 속으로 조용히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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