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힘 : 하얀 국화의 연극

by 숨나

엄마의 장례식장은 엄마의 삶만큼이나 어수선했다.

사이비 종교와 사고, 그리고 남겨진 장애인 아들. 비극의 파편들을 수습하느라 우리 얼굴엔 슬픔보다 피로가 먼저 내려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장례식장의 공기를 단숨에 가르며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일본에서 딴살림을 차리고 우리를 방치했던 아빠였다. 그의 품에는 제단 위의 꽃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하고 눈부신 하얀 국화 한 다발이 안겨 있었다. 아빠는 그 꽃다발을 엄마의 영정 앞에, 아니 장례식장 바닥에 흩뿌리고는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

그 통곡은 장례식장을 메운 그 어떤 곡소리보다 컸다. 살아서 엄마에게 꽃 한 송이 건넨 적 없던 남자가, 죽은 아내의 영정 앞에서 슬픔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울음은 너무 컸고, 국화는 지나치게 하얗고 눈부셨다. 그 화려함은 엄마가 평생 짊어졌던 가난과 외로움을 덮기엔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저 꽃 살 돈으로, 진작 금가락지나 하나 사주지.’


아빠가 뿌린 국화 잎들이 장례식장 바닥을 하얗게 덮었다.
그건 사죄라기보다는, 남겨진 자신의 죄책감을 서둘러 털어내려는 위선의 몸짓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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