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8월 1일.


몇 주 전 외할머니가 꿈에 나오셨다.

외할머니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내 기억으로 외할머니는 참, 천사 같으신 분이셨다.

절대 화내는 일이 없었고,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주름진 손으로 우리 손자, 이쁜 내 손자 하시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며, 깊은 저고리 안에서 사탕을 꺼내, 아무 말 없이 주시던 그런 분이셨다.

친손자들보다 나를 더 좋아하시고, 이뻐하시며, 손자들 중 제일 똑똑하고 잘될 거라고 자랑하시던

그런 분이셨다.


오늘 다시 꿈에서 외할머니가 나오셨다.

전에는 멀찌 감치서 온화하게 웃으시며 손짓을 하셨었는대, 이번에는 내 옆에서,

예전에 살던 집 주방에 누워있는 내게, 추울까 봐 이불을 덮어 주고 계셨다.

꿈에서 깨어 잠시 생각했다. 왜 돌아가신 분이 꿈에 나올까.. 좋지 않은 꿈이 아닌가? 그리고,

왜 아무 말씀을 안 하실까.. 잠시 생각하며 할머니의 성함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건만,

내 평생 외할머니의 성함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고, 그 순간 눈물이 흘러내리며,

외할머니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오르며,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내 머리 안에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외할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죄송합니다. 할머니, 그동안 정말 잊고만 있었네요. 죄송해요. 외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께 전화드려야겠다.


생전에 집안에 큰일 할 사람이라며 내게 기대가 많으셨고, 그만큼 나를 이뻐해 주셨기에,

그 손자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 몹시 속상하여 꿈에 나오신,

돌아가신 나의 사랑하는 외할머니 김정애할머님, 어머니께 전화로 성함을 여쭤보니,

외할머니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족보상에는 김정애로 되어있지만, 외할머니의 아버지, 즉, 나의 외증조 할아버지께서는, 아들이길 바랬건만 또, 딸이 나와 분하여,

김부남으로 불렀었다는 것이다.

친할아버지 오광수, 친할머니 박금순. 외할아버지 박봉희, 외할머니 김정애.

내가 존재하게 해 주신 분들이다. 그동안, 불효막심하게도 잊고 있었다. 이제서라도 다시 알게 되어 좋다. 이곳에서 나가면 묘지에 찾아가 기도드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이렇게 또 깨달음을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마침내, 프레데릭과 칠리 튜나 라이스 볶음밥을 하여, 점심을 먹은 후, 밖에 나갔을까.

지난번 유진이 형의 편지를 전해준 그 녀석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 서있더니,

다시금 유진이 형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28/07/09


민서기 이노무 자슥 잘 지내고 있냐!

그려 나 잘 살아 있다. 아침에 일 가는데 니 편지 발견하고 바로 쏜다. INTERJAIL MAIL로 보내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인편으로 되도록 보낼 터인데 어찌 될 찌는 모르겠다. 이쪽으로 이동하고 나서

컴퓨터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있다. 덕분에 윈도우에 한글도 깔아 그동안 악필을 핑계 삼아 안 썼던 편지들도 다 보내고 심심해서 글도 쓰고 있당. 저번주에 교회에 가려고 했는데 안 보내줘서 못 갔다.

그리고 앞으로도 교회에서 보기는 힘들 것 같구나! 윌리 목사 어제 만났는데 3 윙은 아마도

서비스를 따로 한다고 하는구나. 음 그리고 저저번주랑 저번주에 목사님 모친이 병원에서 혼수 상태 셔서

면회 못 오셨었다. 아마 이번 주 토요일 날 오실 거야! 면회 리스트 벽에 붙은 거 체크하고 그때 길목에서 보자꾸나. 영철형은 올드 실버워터 갔다가 다시 오지 않았냐? 얼핏 며칠 전에 남영철이름하고 민 넘버 방송에서 들었는데? 그 양반은 재주도 좋아 클라소를 육 개월 만에 두 번이나 바꾸고...


나는 잘 지낸다. 현재 셀리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스리랑카 사람인대, 비흡연자에 크리스천이고

내 셀로 이동한 지 오일째 돼 가는데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볼 때 셀리 중에 젤 괜찮은 편이다.

그전에 오지 20살짜리 아가랑 있었는데, 말도 안 듣고 어찌나 지저분하고 게으르던지 냄새 때문에 혼났지만, 개종 계량 시켜서 사회로 내보냈다. ㅋㅋ 샤워 잘하고 있지? 드라이 스킨 핑계 대지 말고,

개인위생 철저히 기도 생활 철저히 하고.. 준태 갔다는 소리에 외롭겠구나 했었는대

주님께서도 말벗을 보내 주셨구나!!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그려 그 동생이랑 알콩 달콩 잘 보내라.

그나저나 준태는 왜 세스녹으로 간 거냐? 저번에 제대로 못 들어서 디테일 답장 시 보내도록! 그리고 그 동생 통하여 나랑 하던 성경공부 책 구해서 시간 날 때마다 공부하고.. 어차피 있어야 할 감옥생활이라면 보람 있게 그리고 즐겁게 보내야 하지 않컷냐? 육적으로 가 아니고 영적이다 맹심 하거라~


그 메모 벤단보스한테 저번주 월요일 준걸로 기억하는데 21일이면 다행히도 바로 갔구나!

이번에도 아마 그놈을 통할까 생각 중 인대 잘될는지 경계가 삼엄해서리... 매일매일 너랑 준태 놈 기도는

빼묵지 않고 꼬박꼬박 하고 있어. 그나저나 주님께서 너희 둘에게 어서 역사하셔야 할터인대..

법정 케이스 잘되기 바란다. 맨션은 자기들끼리 날짜 보내기에 걍 법정 MUSTER라고 보면 된다.

갸들도 묵고 살아야 되잖냐. 시간 끌면서.


여기 3 윙은 화장실이 머리맡에 없고 세면대가 커서 설거지나 세수하기 편리하다. 별 다른 거 없고 캐틀이랑 알람시계 라디오랑 새 텔레비전이랑 새 매트리스가 제공되었다. 샤워가 매 층마다 세 개씩 있는대

수압이 병아리 오줌에다가 일 끝나고 돌아오면 두시인대 락인 3시라서 70명의 인원이 몰려서 샤워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당.


나도 요즈음 향수병이 발동해서 조금 센티한 편이다. 형을 위하여 기도해 주라~~

그리고 내 항소 문제 아직 날짜는 안 잡혔지만 우리 변호사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민석이도 얼른 나가야지 잘되면 좋겠지만, 영철이 형 말만 듣고 방심하거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라....

법정일은 아무도 모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믿음 버리지 말고 끝까지 붙들어라. 주님께서 꼭 회복시켜 주신다.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서 맘대로 보지도 못하고 대화도 못하는구나. 이제 수감된 지 일 년이 다 돼 간다.

가끔씩 내가 감옥에 있다는 사실이 무뎌질 때가 있는대 민석이에게 편지를 쓰다 보니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각인시켜 주는구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너랑 함께 또 준태랑 지내며 기도하고 성경공부하던 시간들이 그리워지는구나. 언젠가는 그린을 벗어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여기서와는 다른 모습들로 만나서 기쁨을 나누고 믿음도 나늘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는구나!

주님께서 하루속히 우리에게 그날을 앞당겨 주시길 기도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받으면 답장하고 그리고 글 쓰는 거 수정 좀 하고 한 단원 완성되면 보내주마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영적으로 성장하고 건강하고 밥 잘 챙겨 묵고 이민자 동생한테도 안부 전해줘라~~!!

그럼 이만 줄인다. 휘리릭.


파라마타 교도소에서 유진이 형이


※ 공익광고

“마약은 보지도 듣지도 하지도 만지지도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

-마약 공익광고 위원회-



카레 맛없게 만드는 법.

먼저 기름을 두른 후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우유 한곽을 부운 후 같이 우유가 끓기 시작하면 카레파우더를

양껏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설탕 하나랑 쨈 하나로 단맛을 내며 눌어붙지 않게 적당히 저어주며 끌여서, 향내 나는 태국산 알락미와 곁들여 먹어라!

내가 주구 간 밥솥은 작기 때문에 따로 물 안 넣어도 우유 한곽이면 충분할 듯싶구나.

코코넛 밀크를 추가 사용하면 더 맛이 좋아지고 코코넛 밀크는 불 끄기 이분이나 삼분 전에 반캔정도

사용하면 쵝오다.잼은 살구나 자두 잼을 사용하는 편이다.

걸쭉하게 먹고 싶으면 카레파우더를 첨가 후 이분 간 끌인후 메쉬포테이토나 통돼지감자를 껍질을 벗겨

적당한 크기로 썬 후 끓여주면 더욱더 카레가 맛있어진다.

고기나 소세지류는 우유 넣을 때 같이 넣으면 되고 매운맛이 그리우면 칠리 튜너를 반캔정도 첨가해 주면

확실히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물은 되도록 사용하지 말고 다시 끌일 때도 우유를 사용하도록

이상 카레를 맛없게 만드는 법이었당.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그리고 오랜만에 마음에서 우러나 글을 쓴다.

그동안 글이 왜 안 나오나 했더니, 저녁시간 글 쓰는 시간까지 내 생각을 가져가는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다. 내가 경험하는 것을 바로, 글로, 토해내는 것 만이, 나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때는,

그것을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 꽉 붙들고 있었지만, 하나님을 다시 알게 되어 하나님을 믿으니,

나를 버려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으니, 그것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겠나.

또한 이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어찌 무릎 꿇고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깨달음으로 인해, 나는 줄을 잡게 되었고, 그 믿음으로 힘입어 올라가는 중이니......


이런 게 슬픈 거다. 비가 오는대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를 피해 보려, 조그만 지붕밑에 다닥다닥 붙어 추위를 떨쳐내며 애쓰는 모습. 따듯하고 편안한 방 안에서 따듯한 차 한잔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담소 나누고 싶다. 그것이 행복이다.


잘난 것도 없이 잘난 줄 알고, 남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고, 싸가지 없이 교만하고 거만하게

그것이 자랑인 듯 거칠 것 없이 살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개성이요. 나를 위한 나만의 것이라

합리화시키며 자랑으로 생각했다. 간혹, 사람들이 그러지 말라하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나다.

그것을 고치려면, 또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고치려면 나는 늙어 죽는다.

그럴 바에야 그것을 더욱 키우고 키워, 세상과는 다른 나 자신을 완성시키는 것이 맞다,

그것이 예술가라 말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요.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제야 다시, 나를 찾아가고 있다. 저 멀리 버려져 있던,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이곳에 와서야, 나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자신을 버리고 옳은 길로 가길 원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태어남과 죽음의, 한 인생에서 보는, 나 자신이다.]

내 모든 것을 버리고, 하나님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하나님께서, 내게 태초에 주셨던 그 복된 길로 걷는다. 그리고, 그 길로 한치의 망설임 없이, 기쁨으로 걸어 나가리라.

나를 사랑하시는 우리 하나님 아버지, 저의 손을 붙잡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아멘.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하나가 돌이나 주먹으로 그 적수를 쳤으나 그가 죽지 않고 자리에 누웠다가 지팡이를 짚고 기동 하면 그를 친자가 형벌은 면하되 기간 손해를 배상하고 그로 전치되게 할지니라”

출애굽기 21장 18~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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