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7월 30일.


어젯밤에 약 15년 만에, '제5원소'를 다시 보았다.

많이들 본 영화이기에, 별 다를 바 없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좀 특별한, 아련함이 있는 영화이기에, 그 영화를 처음 볼 당시 나는 사춘기 소년이었고, 오렌지색 머리에, 녹색 눈동자, 창백한 얼굴, 파격적인 의상과 기이한 행동을 하는 낯선 여인을 보고는 처음으로 설렘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TV를 통해 브라운관을 통해, 그녀는 '밀라요요비치', 잘 나가던 모델에서 빔 밴더스 감독의 '밀레니엄 호텔'까지 출연하는 개성 있는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성격파 배우하면 난, 딱, 두 사람이 떠오른다.

앤서니 홉킨스와 게리 올드만,

또한, 커스텀 디자인을 장 폴 고티에가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제5원소.


늦은 시간이기에 영화가 끝나자마자 TV를 끄려, 잠시 채널 서핑을 했을까. '코리아'라는 단어가 들려,

멈추고, 보게 된 뉴스에는 시체를 찾았다는 문구와 함께 동양 남자와 여자의 여권사진이 보였고,

시드니 외곽지역 강에 떠있는 두구의 시체가 모자이크 되어 보였다. 얼핏 듣고, 짧게 보게 되어

무슨 일인지 어떤 일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이라는 것을 들었던 것 같기에, 마음이 아팠다.

뉴스를 기다려 봐야겠다.


몇 년 전에 시드니 시티 한복판에서 한국 유명 탤런트 친동생이 칼에 찔려 죽는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같은 시간에 근처 술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있었기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것이 생각난다.

프레데릭과 처음 대화할 때, 여기 오기 전 MRRC에 있을 때, 같은 포드에서 그를 죽인 중국인을 만났었다고 했다. 프레드릭이 말하길, 그냥 일반 학생 같다,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런데, 왜 그랬냐 물으니 "쳐다보길래 그냥 칼로 찔렀다."라고 말했다.

세상은 좁디좁다. 똑바로 살자.


프레데릭에게 미안하고도 고맙다. 판사에게, 변호사에게 보낼 편지를 영어로 번역해 주었다.

애초에 4장의 한글 편지를 변호사에게 보내 번역하여, 판사에게 보내달라 요청하려 했것만,

프레데릭이 흔쾌히 자진해서 번역해 주겠다기에, 오늘 주게 된 편지는 애초의 4장에서

3장이 추가된 장문이었기에 미안했다. 그래도 괜찮다며, 만일 내가 한국 감옥에 있었으면

형이 번역해 주었을 것이라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 미안하기만 했다.

내가 이곳에서 그 친구에게 보답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다음 주 4일 화요일에 코트에 다시 가는 그 친구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서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 내가 근사하게 음식을 대접하길 바란다.


어제도 살짝 말했지만, 이곳 감옥 생활은 매일 같은 틀 안에서 매일 다른 일들을 겪는다.

그것이 참 신기하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들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해보자.

점심시간, 짧게나마 어젯밤과 오늘 오전의 이야기들을 적고, 에릭에게 보낼 편지를 들고는 나갔다.

그리고 프레데릭에게 편지를 보여주고 수정을 바란다기보다는 좀 더 나은 문장 만드는 법을 물어보려

하였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 있을까. 저 멀리서 두리번거리며 편지지와 봉투, 펜을 든

프레데릭이 다가왔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점심 락업을 받으려 줄을 서 있는대, 간수가 다가와 "점심시간에 2 윙으로 옮기니 모든 짐을 챙겨 준비하고 있어라." 말하여, 셀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짐을 전부 싸놓고, 형에게 편지를 어찌 줘야 할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간수에게 이끌려 그렇게 11명이 2 윙으로 이동하여 그쪽 철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대, 간수가, 거기 '칭총(짱깨)' 너는 다시 돌아가라. 한 번에 10명밖에 이동이 안된다. 하여 짐을 들고는 다시 셀에 돌아왔다. 그리고 형을, 나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프레데릭은 그 자리에 앉아 약 2~3시간 동안 편지를 번역하여 제대로 옮겨, 완성된 편지를 내게 주었고, 알아보지 못하겠는 단어를 고쳐 거의 끝날 무렵, 방송에서 프레데릭의 이름이 들렸고,

프레데릭은 그곳으로 떠났고, 난 그저 "아, 이제 2 윙으로 가는구나." 생각했다.

프레데릭이 내게 준 편지를 꼭 잡고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마음으로 되새겼고, 시간이 지나고,

"다 됐죠? 고칠 거 없죠?" 하며 프레데릭이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났고,

어리둥절하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클리닉에서 8주 후에 치료기록이 코트에 넘어가게 된다. 말해주었다. 그래서 8월 6일에 코트에 가고,

클리닉 치료 2주가 필요하기에 다시 연기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미쳐 수정 못한,

못 알아보겠는 단어 몇 개를 다시 수정해 주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이곳이 아닌 밖에 있을 때도 무언가, 이렇게 맞아 돌아가기 위한 도움 같은 것을 간혹 느꼈지만,

이렇게 확연히, 보이게, 경험한 적은 드물다. 그것이 교만한 내 자만이거나, 부지불식간의 일이기에

인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하나님의 손길이 직접 보이는 일이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있다.


하나님의 지켜보심과 도와주심에 두 손 모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내일 바이업 받는 날입니다. 제가 직접 만든 음식을 프레데릭과 함께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드디어, 오늘 내가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든 것을 다 하였다.

하나님의 도와주심으로 인해, 이제 더 기도하고, 더 말씀 공부하고,

더 담대하고 강건한 믿음으로 하나님 아버지의 보내주심을 기다린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어젯밤 잠시 본 한국인 시체 관련 뉴스. 기다렸건만 다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어제 꿈에 초등학생 때 좋아했던 여자 동창생 두 명이 나왔다. 같이 하루 밤을 건전히 보낸 후,

다음날 일찍 떠나야 한다기에 다음날 공항까지 데려다준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모든 빨래들이 말끔히 빨려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기분 좋은 꿈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 거울을 보듯, 나는 십자가 목걸이를 구입했다.”


영철이 형 있을 때부터 예고를 보고, 보고 싶었던, 시드니 언더그라운드 필름페스티벌 프로그램.

간수의 손에 이리저리 구겨져 숨겨졌던 TV케이블, 그 케이블의 접촉 불량으로 잘 볼 수 없던 TV.

며칠 전 비어 있는 셀에서 TV 케이블 라인을 바꿔치기하여, 다행히,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첫 작품의 감독 이름이 '강민지'였고, 한국인인가 생각할 쯤 '그녀의 미소'라는 한글제목이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어를 사용했고 영어 자막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 다른 단편을 본다.

좋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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