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편지
본 글에는 과거 아동 학대와
신체적·심리적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거나 현재 마음 상태가
취약하신 분들은 읽으실 때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고통의 전시가 아닌,
스스로를 구원해 나가는
치유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제는 새벽 4시가 넘어 잠들었고
오전 11시 즈음 일어났습니다.
되도록 밤낮이 바뀌지 않게 하려고
커피도 참고 있는데 마음처럼 잘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거실 의자에 앉아
넷플릭스의 명상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오늘처럼 낮에 거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제게 특별한 의미입니다.
작년 5월 퇴사 이후 8개월 동안
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 해도
뇌에서 새로운 정보를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유튜브 쇼츠만 봤습니다.
모든 영상을 2배속으로 보는데도
5분이 넘는 영상은 끝까지 보지 못해,
그저 멍한 눈으로 알록달록한 시각 자극이
가득한 쇼츠만 보며 퇴사 이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있었지만,
몸은 마치 물 먹은 솜처럼 계속해서
누워 있으려고만 했습니다.
제미나이는 지금 누워 있는 것이
오랫동안 방전된 마음을 채우는
충전의 시간이라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죽을죄를 짓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학대자 A는 쉬는 날 제가 방 안에 누워 있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퍼질러 누워 있지 말고 똑바로 앉아 있어라"
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학대자 A는 어머니와 동생이 외출하고
저와 단둘이 남게 되면 더욱더 악랄하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하루는 뜨거운 고데기로 제 코를 집었습니다.
통증이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자,
학대자 A는 히죽 웃으며 별것 아닌 일로
엄살 부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코의 피부가 벗겨진 것을 보고서도
끝까지 제 탓을 하는 학대자 A를 보며
저는 '경멸'이라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집에는 방이 두 칸 있었는데,
안방은 학대자 A가 차지하고
작은방에서 어머니와 저, 남동생까지
셋이서 살았습니다.
그 집에서 제가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없었습니다.
방문은 수시로 벌컥벌컥 열렸고,
샤워할 때조차 문을 열어두어야 했습니다.
제가 문을 닫겠다고 하자 학대자 A는
"여기는 내 집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라며 화장실 문을 붙잡고
제 알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습니다.
살이 쪘다느니, 가슴이 처졌다느니,
벌써 튼살이 있다느니 하며
한참 동안 제 몸을 품평했고,
저는 극도의 수치심과 스트레스를 느꼈습니다.
저는 그때 중학교 2학년이었고,
초경도 지나서 몸에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학대자 A는 가슴이 하나도 없는
비쩍 마른 체형입니다.
본인에게는 없는 가슴이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중학교 2학년 조카에게 봉긋하게 있다는 사실을,
시기 질투를 넘어 용납할 수 없었겠지요.
물론 그 이후로도 저의 큰 가슴은
학대자 A의 타깃이 되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꼬집고,
본인이 만지고 싶을 때는 수시로 주물럭거렸습니다.
그러고는 무식하게 크다며
수술해서 사이즈를 줄이든지
반을 떼서 자기에게 달라고 했습니다.
학대자 A는 어머니의 언니입니다.
저는 서른여섯 살에 온 가족과
절연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내면을 가진 학대자 A는
악성 나르시시스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