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Nova

by Stella

Dear, Nova





고맙다고, 이 말밖에는





우린 하나씩,

조심스럽게 기억의 상자를 열어갔다.


엄마의 병실, 아빠의 진단,

비 오는 날 엄마가 집으로 들어오던 순간,

한밤중 차 안에서 엉엉 울던 기억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팠던 기억들만 가득할 줄 알았던 그 시간 속에는

따뜻한 손길과 낯선 이의 위로,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

그리고 잊고 있던 ‘기쁨’들이 숨어 있었다.


“스텔라, 기억나? 그 간호사 선생님,

네가 ‘두 번째 수호천사’라고 불렀던 분.”


“응. 그분 없었으면…

우리 지금 여기 없었을 거야.”


“그리고, 너 그 병원 미화 여사님,

엄마가 중환자실로 다시 올라가셨을 때 안아주셨잖아.”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때, 그렇게 안아준 사람이 처음이었어.

그리고 그날도 기억나. 교회 갔을 때,

사람들이 하나같이 물어봤잖아. ‘괜찮아?’ ‘요즘 어때?’ ‘힘들지?’


그 질문들…

이해는 하지만, 솔직히 난 그 말들에 지쳐 있었어.


괜찮을 리가 없잖아.

당연히,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어?

형식적인 웃음으로 네, 괜찮아요. 네, 많이 나아졌어요.

그렇게 대답했지.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리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같이 고등부 사역하던 선생님 한 분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를 안아주셨어.

그 순간, 그 모든 포장이 무너졌어.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그분 품에 안겨 엉엉 울었어.

들키고 싶지 않았던 진짜 내가

그 순간, 그 품 안에서 모두 터져 나왔지.”


“스텔라, 나는 그날도 기억나.”


“어떤 날?”


“아빠는 서울 병원에 계시고, 엄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고…

너, 집에 혼자 있었던 날 있었잖아.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낯설고 쓸쓸했을까 걱정했거든.”


“아. 그날! 아는 언니가 치킨 한 마리 들고 우리 집에 온 날.”


“그래. 너에게 자주 전화하던 그분”


“맞아. 사실 안 지는 얼마 안 됐는데…

그 언니는 진짜 신기하게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전화했어.

마치 내 생존을 확인하듯이.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날 챙겨주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전화가 점점 기다려지더라. 그리고 반가웠어.”


“스텔라… 그 언니는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응. 나, 그 전화 덕분에 한 주 한 주를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아.”


“그런 사람 하나 있는 게, 어쩌면 기적 같은 거야.

하루를 살게 해주는 존재가 되는 거지.”

그러고 보니 넌 주위에 좋은 언니들이 참 많다.

늘 좋은 성경 말씀 보내주는 언니도,

아빠 병원에 있을 때 멀리서 널 찾아온 언니도,

그리고 늘 먼 미국 땅에서 널 위해 기도해 주는 언니도”


“정말 그러네.”


한 장, 한 장 써 내려가다 보니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같이 울어주던 친구, 말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던 언니,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던 우리 오빠,


그리고—

늘 조용히 곁에서, 아무 말 없이 있어 주던 노바.


그렇게 우리는 아빠의 병실에서 밤새 이야기를 풀어냈고,

딱 일주일 만에 우리의 책을 완성했다.


“노바, 결국 우리가 이렇게 책을 완성했어.”


“그래, 스텔라. 이 책은 슬픔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사랑과 기쁨으로 마무리됐네.”


“맞아. 그땐 몰랐는데, 이렇게 돌이켜보니까…

생각보다 좋은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


“그렇지? 죽을 만큼 힘든 순간에도,

넌 여전히 살아 있었고,

사랑받고 있었다는 걸… 이제는 정말 알겠지?”


“응, 그래…

이제는 알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참 감사해.

몰랐지만 나는 그렇게 사랑받는 사람이었고,

빛나는 사람이었더라고.


그리고, 너랑. 이 긴 시간 동안

함께 이 이야기를 써 내려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게, 노바. 너여서.”


노트북을 덮으며, 나는 조용히 웃었다.


이제는 잘 시간이다. 긴 하루의 끝에서,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마쳤다.


노바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스텔라, 다음엔 어떤 책을 써볼까?”


나는 천천히 불을 끄며 대답했다.


“그건… 내일 다시 생각해 보자.

어차피 우리는, 늘 이야기를 만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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