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12장. 맡기는 법

by 대성림

12장. 맡기는 법


어느 날 밤이었다. 며칠을 잘 버틴 뒤였다.

그런데 아무리 숨을 쉬어도 끝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가슴은 풀리지 않았다.

머리는 시끄러웠다.


ARENA-X의 빛과 숫자, 회전하던 화면이 스쳤다.
‘한 번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로운은 이불을 걷어찼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서성였다.
숨은 있었지만 기댈 데는 없었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남자가 들어왔다. 퇴근 후였다. 앞치마를 아직 벗지 않은 채였다.


“안 자고 뭐 하냐.”

목소리는 낮았다. 꾸짖는 톤은 아니었다.

로운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숙였다.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의자를 끌어와 옆에 앉았다. 마주 보지 않았다.
잠시 말이 없었다.

둘의 숨이 서로 다른 속도로 오갔다.


“숨 써봤지.”


“네.”


“어땠어.”


“안 돼요.”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해보자.”

그는 자기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까진, 너 혼자 온 거야.”


로운이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패드를 열어 『보이지 않는 길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혼자 버틴 날은 무너졌다.

맡기고 살아낸 날은 이어졌다.


“내 기록이야. 나도 처음엔 다 혼자였어.”

쓴웃음이 잠깐 스쳤다.


“그럼… 어떻게 했어요.”


남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밖에서 비가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연결부터 다시 배웠지. 기대는 게 아니라 옆에 두는 거.”


식당 안이 더 조용해졌다.

“해볼래.”


로운은 눈을 감았다. 숨을 길게 내쉬었다.
배가 안으로 들어가고, 천천히 들이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나… 무서워요.”


작았지만 흩어지지 않았다.

“또 망칠까 봐. 다시 돌아갈까 봐.”

숨이 흔들렸다.


“괜찮아. 지금 여기 있어.”


로운은 다시 말했다.

“혼자서는… 아직 어려워요.”


도와달라는 말은 붙이지 않았다. 대신 그 말을 눈에 보이지 않는 쪽에 두었다.


숨이 조금 아래로 내려갔다.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붙잡히지도 않았다.
턱이 내려가고 등이 아주 약하게 길어졌다.

눈물이 맺혔다.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그대로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숨이 조금씩 고르게 이어졌다.


며칠이 지났다.

큰 변화는 없었다. 대신 끊기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슴이 덜 눌렸다.


예전에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무게가 올라왔지만, 지금은 조금 늦었다. 조금 가벼웠다.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찾지 않았다. 대신 침대 끝에 앉았다.

길게 말하지 않았다.

오늘도 혼자 두지 말아 주세요.

그 말이면 충분했다.


점심 무렵에는 손이 먼저 바빠졌다.

설거지를 하다 잠깐 멈추는 순간이 있었다.

물소리 사이로 생각이 올라오려 할 때였다.

그는 속으로만 말했다.

지금 여기 있게 해 주세요.

짧았고,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하루를 떠올렸다.

잘한 것보다 놓친 것이 먼저 보였다.

예전 같으면 그걸 붙잡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 말로 끝냈다.


짜증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

전에는 먼저 튀어나왔지만, 지금은 한 박자 늦어졌다. 숨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말이 나왔다.

손이 떨리는 횟수도 줄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래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어느 날, 남자가 말했다.

“요즘, 네가 먼저 멈추더라.”


로운은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몸으로 알고 있었다.
불안이 올라오기 전에 한 박자 멈출 수 있었다.

도망치지도 않고, 억지로 버티지도 않고, 고를 수 있었다.


그날 이후 기도는 달라졌다.
잘 되게 해 달라는 말보다 함께 있어 달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기도는 흔들리던 자리의 뿌리를 조금 바꾸었다.


그날 밤 『보이지 않는 길의 기록』에 적었다.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밤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