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13장. 관계 맺기

by 대성림

13장. 관계 맺기


비 오는 오후였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이었다.

식당 안은 조용했고 라디오 뉴스가 낮게 흘러나왔다. 소리는 거의 배경 같았다.


로운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접시를 옮기다가 손이 미끄러졌다.

쨍.

소리가 크게 울렸고 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로운은 잠깐 멈췄다.

예전 같으면 심장이 먼저 뛰었을 것이다.
‘또 망쳤다.’ ‘욕먹겠지.’ 그런 생각이 먼저 올라왔을 것이다.

지금은 달랐다. 숨이 먼저 나왔다.

후—

들이마셨다. 천천히.


남자가 주방에서 나와 조각을 내려다봤다.

“다친 데 없냐.”


로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해요.”

습관처럼 튀어나왔다.


남자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며 말했다.

“사과부터 하지 말고, 몸부터 봐.”


둘은 함께 조각을 모았다. 유리가 손끝에 닿았다. 차가웠다.

며칠 뒤였다. 점심이 끝난 뒤, 문 앞에 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후드티를 눌러썼고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저… 여기… 알바….”

목소리가 작았다.

로운은 잠깐 멈췄다. 예전 같으면 남자를 먼저 불렀을 것이다.

이번에는 먼저 물었다.

“왜 여기예요.”


“그냥… 조용해서요.”


그 말은 길지 않았지만 오래 남았다.


“힘들어요.”


아이의 고개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저도 그랬어요. 여기 있으면 조금 괜찮아져요.”


아이의 눈이 잠깐 들렸다.


그날 저녁, 남자가 말했다.

“요즘 말이 달라졌어.”


“어떻게요.”


“전에는 틀릴까 봐 안 했지. 지금은 느낀 다음에 해.”


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먼저 묻고, 먼저 듣고, 천천히 말했다.
화를 내고 싶을 때도 바로 터뜨리지 않았다.


“지금 좀 힘들어요. 잠깐만요.”

그 말은 많은 걸 막아줬다.


며칠 뒤 집에 갔다. 문을 열자 된장국 냄새와 세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엄마는 부엌에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목소리가 높았다.


예전 같으면 몸이 먼저 굳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숨을 내쉬고, 엄마의 등을 먼저 보았다. 어깨가 굳어 있었다.


“전화도 안 받고.”

국자가 냄비 벽에 부딪혔다.

툭툭.


로운은 그 소리를 들었다.

“요즘 좀 정신없었어요. 연락 못 해서… 걱정됐죠.”


엄마의 손이 멈췄다.

“네가 쓰러졌을 때 생각나서.”


로운은 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

“앞으로는 바빠도 한 번은 할게요. 짧게라도.”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된다.”


그날 저녁 둘은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말은 많지 않았다.
국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


집을 나서기 전, 엄마가 말했다.

“요즘 좀 달라졌다.”


“어떻게요.”


“말을 안 피하잖아.”


로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의 얼굴을 한 번 더 보았다.


그날 밤 『보이지 않는 길의 기록』에 적었다.

오늘은 말보다 마음이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