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함께 걷는 법
14장. 함께 걷는 법
비가 그친 다음 날이었다. 골목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었다.
간판 불빛이 젖은 바닥 위에 길게 비쳤다.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로운은 문 앞을 쓸고 있었다. 빗자루 끝에서 물방울이 튀었다.
툭. 툭.
그때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후드티 모자를 눌러쓴 아이였다.
고개를 깊게 숙이고 한참 그대로 서 있었다.
“일찍 왔네.”
아이는 고개만 끄덕였다. 준서였다.
“춥지. 안에 들어와.”
준서는 망설였다. 발끝이 문턱에서 멈췄다.
한 발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갈 뻔했다.
로운은 더 말하지 않았다. 빗자루를 벽에 세워두고 문을 조금 더 열어두었다.
준서는 그 틈으로 들어왔다. 문이 닫히자 바깥소리가 끊겼다.
안은 따뜻했다. 국 냄새가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아침 먹었어.”
준서는 고개를 저었다.
로운은 말없이 국을 떴다. 밥을 담아 탁자 위에 놓았다.
“먹어.”
준서는 한참 바라보다가 숟가락을 들었다.
조심스럽게 한 숟갈을 뜨고, 잠깐 멈췄다가 다시 한 숟갈을 떴다.
속도가 조금씩 일정해졌다.
“급하게 안 먹어도 돼.”
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손목 힘이 풀렸다.
숟가락이 그릇에 덜 부딪혔다.
점심 장사가 끝난 뒤, 둘은 식당 뒤편 산책길을 걸었다.
낡은 표지판에 ‘숨재 산책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젖은 길 위에서 신발이 소리를 냈다.
찰박. 찰박.
“여기 자주 와요.”
“응. 숨 쉬러.”
“숨은 원래 쉬는 거잖아요.”
로운은 잠깐 생각했다.
“예전엔 막혀 있었어.”
준서는 바닥을 보며 걸었다.
“요즘 어때.”
몇 걸음 더 간 뒤, 준서가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어.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지. 근데 쌓여 있더라.”
준서가 고개를 들었다.
“형도… 그랬어요.”
“더 심했지.”
준서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가 사라졌다.
며칠 뒤, 준서는 설거지를 하다가 컵을 떨어뜨렸다.
쨍.
유리가 바닥에 튀었다. 준서의 손이 멈췄다.
“죄송—”
“괜찮아. 손부터 봐.”
준서는 손을 들었다. 베이지 않았다.
그제야 숨이 길게 빠져나왔다.
“예전엔 이러면 나부터 무너졌어.”
잠깐 숨을 고르고,
“지금은 같이 치우면 돼.”
둘은 말없이 조각을 모았다. 유리 조각이 서로 부딪혔다.
딸각.
그 소리가 무섭지 않았다.
그날 밤, 준서는 돌아가기 전 문 앞에서 멈췄다.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고, 다시 잡았다.
“형.”
“응.”
“여기 오면… 머리가 좀 조용해져요.”
로운은 웃지 않았다.
“그거 중요해.”
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혔다. 종이 한 번 울렸다.
집으로 돌아간 뒤, 로운은 기록을 남겼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문턱을 넘었다.
나는 붙잡지 않았다.
안에 불만 켜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