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숨의 구조
11장. 숨의 구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날이었다.
식당 문을 닫고 난 뒤였다.
밖에는 사람 소리가 거의 없었고, 처마 끝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톡. 톡.
남자는 불을 하나만 남겨두었다. 주방 쪽 불이었다.
식당 안은 반쯤 어두웠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조금 남아 있었다.
“오늘은 숨이다.”
로운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는 딱딱했고 등이 바로 기대 지지 않았다.
남자가 먼저 앉았지만 깊이 앉지 않았다. 끝에 걸터앉듯 자리를 잡았다.
엉덩이를 조금 앞으로 옮기고 허리를 세우지 않았다. 아래를 먼저 가라앉혔다.
꼬리뼈에서부터 등이 천천히 올라왔다. 선 하나가 그어지듯 길어졌다.
“봐.”
로운은 그대로 따라 앉았다. 처음엔 몸이 흔들렸고 바로 서 지지 않았다.
“처음엔 다 그래.”
잠깐 멈춘 뒤 덧붙였다.
“계속하면, 몸이 기억해.”
남자는 짧게 말했다.
“일단 내쉬어.”
로운은 들이마시려다 멈췄다.
“아니. 먼저 비워. 배꼽이 등에 붙는다고 생각해.”
후—
숨이 길게 빠져나갔다. 배가 안으로 들어갔다.
허리가 아주 조금 길어졌다.
그 순간 가슴이 잠깐 불안해졌다. 비워지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 다시 들이마셨을 것이다.
“그대로. 안 죽어.”
건조한 말이었다. 그래서 믿을 수 있었다.
후—
이번엔 조금 더 내려갔다.
“이제 코로 들이마셔. 어깨는 들리지 말고.”
공기가 코를 지나 들어왔다. 가슴이 넓어졌고 배도 함께 부풀었다.
유리창에 비친 어깨는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내쉴 땐 길게.”
숨이 길게 빠져나갔다. 어깨가 내려오고 턱에 들어간 힘이 풀렸다.
그는 그 변화를 알아챘다.
턱이 풀리면 몸이 먼저 내려간다는 걸.
“겁나면 숨이 위로 올라와. 그러면 몸이 계속 싸울 준비를 해.”
잠깐 숨을 내쉰 뒤, 남자는 낮게 말했다.
“숨의 길이는 각인된 자율신경을 바꿔. 몸은 생각보다 고집이 세.”
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늘 긴장했고, 늘 대비하고 있었다.
“지금 하는 건 반대야.”
“괜찮다고 알려주는 거지.”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이 일정해졌다.
처마 끝 물소리가 호흡 사이로 섞였다.
톡. 톡.
시간이 느려졌다. 머리가 조용해졌고 손끝이 따뜻해졌다.
불안은 얇게만 남아 있었다. 종이 한 장처럼.
“어때.”
“가슴이… 덜 막혀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그 정도면 돼.”
그날 이후였다.
로운은 올라오기 전에 숨부터 찾았다. 화면이 당길 때도, 손이 떨릴 때도 그랬다.
딱 한 번 내쉬고, 다시 고르는 연습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 『보이지 않는 길의 기록』에 적었다.
오늘은 불안이 먼저 왔다.
숨을 길게 내쉰 뒤, 생각이 따라왔다.
남자는 그 문장을 보고 말했다.
“이제 몸이 네 편이야.”
그날 밤, 로운은 깊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