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생각과 감정의 구조
10장. 생각과 감정의 구조
다음 날이었다.
식당 뒤쪽 작은 방. 창문은 작았고 빛은 조금만 들어왔다. 벽에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시계도 없었다.
조용했다.
남자가 말했다.
“오늘은 생각부터 본다.”
로운은 바닥에 앉았다. 등을 벽에 댔다. 차가운 기운이 허리에 닿았다.
방 안은 변한 게 없었다.
그런데 안에서 장면이 스쳤다.
편의점. 게임장. 어두운 통로.
몸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지금.”
남자가 말했다.
“왔지.”
로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맞았다. 생각보다 빨랐다.
남자가 낮게 말했다.
“생각이 먼저 오는 것 같지.”
잠깐 멈췄다.
“근데 아니야.”
“몸이 먼저야.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 생각이 이유를 붙여.”
로운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오래 그렇게 살아오면, 그 순서가 굳어.”
“몸이 긴장하면 생각이 따라붙고, 그 생각을 또 믿게 되지.”
남자는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우리가 바꾸는 건 생각이 아니야.”
“순서야.”
잠깐 침묵.
“몸이 먼저 올라왔다는 걸 알아차리면, 거기서 한 칸이 생겨.”
“그 칸에서 고르는 거야.”
패드는 켜지지 않았다. 문장도 없었다.
“한 번만 다르게 써.”
“올라오면 따라가지 말고, 한 번 보고.”
“그리고 고르고.”
로운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검지. 들어.”
남자가 말했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봐. 있는 그대로.”
손을 들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다.
잠깐 뒤, 생각이 올라왔다.
이게 뭐야.
쓸데없어.
빨리 끝내자.
손가락이 아주 조금 떨렸다.
그는 숨을 멈췄다.
그러자 가슴이 먼저 답답해졌다.
남자가 말했다.
“봤지.”
“생각 때문이 아니라, 몸 때문이야.”
로운은 다시 손을 보았다.
이번엔 숨을 내쉬었다.
후—
떨림이 조금 가라앉았다.
“이게 다르게 쓰는 거야.”
남자가 낮게 말했다.
“올라온 걸 지우는 게 아니고, 다른 선택을 붙이는 거.”
몇 분이 흘렀다.
다른 생각이 올라왔다.
잘하고 있나.
틀리면 어쩌지.
이번에는 로운이 먼저 알아챘다.
아.
또 몸이 먼저네.
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생각이 조금 늦게 따라왔다.
남자가 말했다.
“이제 하나 더.”
“미래 연습.”
로운은 눈을 감았다.
편의점 앞에 서 있던 자기. 화면을 보던 손. 떨리던 밤.
그리고 멈춰 선 자기.
숨을 고른 자기.
“그 상태에서 지금 고르면, 길이 달라져.”
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숨부터요.”
말이 먼저 나왔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시작이야.”
그날 이후였다.
게임 생각이 올라올 때. 화가 날 때. 도망치고 싶을 때.
몸이 먼저 올라왔다.
그는 한 번 멈췄다.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선택을 붙였다.
『보이지 않는 길의 기록』에 적었다.
오늘은 화가 났다.
그래도 바로 말하지 않았다.
숨을 세 번 쉬었다.
몸의 순서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그날 밤, 비가 다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