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두엄 냄새 푹 고인 논물에
숨구멍 콧구멍 두 개 뚫고
흙탕이나 훑어 먹을 대롱입 하나,
쪼만한 몸뚱이에 질퍽질퍽
꼬리 하나 달랑 붙어
그거면 되었던 게다.
세상이라는 게
그만하면 넉넉했던 게다.
엄지, 검지로 집어 쥐면
흙빛 내장 툭 삐져나올 듯
물컹한 배때기 하나.
개밥풀 몇 포기 둥둥 떠 있으면
그 밑에 숨죽여도 되었던 게다.
남 눈 피해
숨만 붙어도 사는 날이
있지 않던가.
어느 화창한 봄날,
부슬비가 무논을 질척이게 적실 적에
가슴부터 먼저 꿈틀댔던 게야.
펄쩍, 한 번
흙탕물 박차고
위로, 더 위로
뛰고 싶었던 게야.
남들 뛰는 소리
괜히 크게 들리던 게지.
풀쩍 뛰고 싶어
몸부림치다
뒷다리 두 개 쑥 밀어내고,
도리질할 조막손도
질끈 달아낸 거다.
다들 그렇게
없는 데서 자라
있는 척을 배우는 게지.
풀쩍,
펄쩍,
깨골깨골 목청 터지게 울어대니
입도 벌어지고
논바닥이 제 세상인 듯싶더니
걸리적거리던 꼬리,
논물 헤치던 그 꼬리,
툭,
잘라버렸던 게다.
예전엔 그 꼬리로
흙탕도 버텼건만.
꼬리 잘라버렸던 게다.
그래야
다 컸다 소리 듣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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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자책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에 수록된 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시입니다"
[전자책]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