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고 싶은 날이면
나는 뜰로 나간다
꽃들은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 움직임은 느려서
돌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것을 오래 본다
움직이지 않는 척
움직이고 있는 것들을
가까이 가면
꽃잎 안쪽이 비어 있다
빛은 통과했지만
머물지 않았다
나는 손을 뻗는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는다
닿는 순간
꽃의 목이 조금 꺾인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너를 생각한다
내 말이 네게 닿았을 때
네 표정도
저렇게 미세하게 달라졌을까
아니면
나는 한 번도
네가 향한 방향에 서 본 적이 없었던 걸까
꽃은 다시
빛 쪽으로 돌아간다
나는 꺾인 줄기를 세워 보지만
이미 방향을 배운 몸은
내 쪽으로 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꽃을 본다
사랑이라고 불러 온 것들이
사실은
나를 향하게 하려는
오래된 버릇이었는지
오늘도 꽃은 돈다
나는
그 회전에
끼어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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