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마음을 적실 때

by 선비천사

수틀을 내려놓아라


무릎 위로
봄비가 내린다


가리려 해도
젖는 것은 따로 있다


그늘진 마음 한 올 한 올
수실처럼 풀어라

가시내야


머릿결엔 젖은 향기


이마를 스치는 바람에
앞산이
낮게 숨을 쉰다


씨앗 같은 숨
흙의 온기 같은 숨


산이 오래 품어 올린 숨이
봄비 속에서
조용히 풀린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가슴 깊이 스며
꽃잎처럼 가라앉는다


늘 오고 가는 것이
삶이라지만


연꽃 위의 빗방울처럼
가볍게 떠나갈 수는 없다


연못에 쌀알을 던지듯
부끄러운 눈빛 하나 띄우고


우리
무지개의 실로


조용히
수틀 하나 다시 짜자


봄비 그치면


연못 위 빗방울이
둥글게 모이듯


우리 마음도


서로의 손끝에서

천천히


봄비로 젖은

수틀 하나가 된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백두산 정경 : 반만년의 침묵이 일곱 빛깔 맥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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