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이 한 번 길게 숨을 멈춘다.
방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식어 간다.
모서리에 모여 있던 어둠이
천천히 발등까지 올라온다.
당신은 등을 둥글게 말고
신발을 벗지 않은 채
바닥의 체온을 가늠한다.
바닥은 아무 대답이 없다.
이불속에서
기침이 한 번 접히면
침대가 그 소리를 받아
조용히 되돌려준다.
책장 사이에 꽂힌 영수증 한 장,
접힌 자국을 따라
시간이 희미하게 찢겨 있다.
창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버스가 지나가고
유리창이 아주 잠깐,
자기 몸을 의심한다.
멀리 있는 빛이
창틀 위 먼지를 세운다.
먼지는 잠시 빛을 입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내려앉는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차가운 금속이
당신 쪽으로 먼저 기울어 온다.
지도에는 없는 방향으로
문이 열린다.
발을 디디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발밑에서 아주 작게 부서진다.
눈이 녹는 소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소리.
그 소리가
당신을 따라
천천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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