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기울어 있었던 사랑

by 선비천사

나는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당신이 웃을 때마다
괜히 내가 더 기뻤고,
당신이 잠잠해지면
내 하루도 함께 조용해졌습니다.


그만큼
당신은 내 마음의 날씨였습니다.



혹시라도
당신을 미워하게 될까 봐
나는 자주 나를 탓했습니다.


서운한 날에도
괜히 예민해진 날에도


“내가 부족해서 그래.”
혼자 그렇게 말하며
마음을 접어 두었습니다.


당신을 잃는 것보다
나를 낮추는 게
더 쉬웠으니까요.



길을 걷다 보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저마다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다독이겠지요.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어.”


그 말을
누군가 대신 해주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사람들이어서


나는 그들이 좋습니다.



나는 태어나던 날
크게 울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살기 위해 울었고,


지금은
버티기 위해 웃습니다.


괜찮은 척 웃다가
혼자 남으면
조용히 마음이 젖는 날도 있습니다.



당신에게 상처를 준 날,
돌아서며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날카로운 말을

하게 되는 이유를


그때야 조금 알았습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겁도 함께 깊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다
잠시 멈춥니다.


그 멈춤 속에서
처음으로 생각합니다.


빛이 당신 쪽에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당신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덜 기울겠습니다.


그래야
당신도, 나도
덜 아플 테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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