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냄새 오는 봄

- 봄 편지

by 선비천사

들판 낮은 데서
무릇 냄새가 올라왔다


흙이 먼저 풀리고
바람이 먼저 따뜻해지던 날


우리는 억새풀을 꺾어 놀다가
손등을 베었다


가느다란 상처 끝에
물앵두 빛 피가 맺혔다


나는 그걸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입으로 빨아냈다


희옥이는 잠깐
내 손을 들여다보다가
웃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검은 댕기가
햇빛 속에서 길게 흔들렸다


우리는 진달래 몇 송이를 따 먹고
아무도 없는 들길로 달아났다


들판에는
무릇 냄새와
아이들 웃음이
한참 떠다녔다


해마다 봄이 오면


그 들판 어딘가에서
어린아이 하나


아직도
저 들길로 달아나고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동동(浮動)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작가 방철호의 블로그 방문하기

[전자책]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

이전 04화백두산 정경 : 반만년의 침묵이 일곱 빛깔 맥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