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은 안과 밖의 문장을
단단히 봉인하고 있다
입김을 불어봐도 지워지지 않는
내 안의 흉측한 회색 웅덩이
부둥켜안을수록 비굴해지던 영혼은
젖은 솜처럼 무거워져
바닥을 향해 끊임없이 하얗게 투신하고
창틀에 쌓인 먼지는
누구의 눈물도 닦아주지 못한 채 서걱거린다
비좁은 방, 거울 속에 갇힌 사내가 묻는다
단 한 번도 제 뿌리를 안아본 적 없는 자가
대체 어느 숲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느냐고
그때, 얼어붙은 유리벽 위로
분홍빛 자객들이 투두둑 몸을 던진다
창문을 연다는 것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을 견디는 일
비릿한 흙내음과 꽃잎의 날 선 비명이
방 안의 고인 침묵을 사정없이 난도질한다
보라, 닫아걸어 썩어가던 나의 고요 위로
처참하고도 찬란하게 번져가는
저 사나운 꽃비의 낙인(烙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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