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내 나는 뼈대만 남은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다
갈색 잎맥의 거친 손아귀로
매서운 바람이 살점을 훑고 갈 때마다
몸은 바스러지는 소리로 마른 비명을 질렀으나
단 한 번도 움켜쥔 힘을 늦춘 적 없다
끝내 견딘 것이 아니다
아직 빼앗지 못한 색깔이 남아 있었을 뿐
어느 날, 희미한 공기 사이로 비릿한 움직임이 스쳤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마른 혈관을 건드리는 찰나
나는 비로소 알았다
단단하던 얼음의 문장이 녹아 흐느끼기 시작할 때
그 틈새로 흐르는 온기는 이제 나의 것이다
내가 먼저 집어삼켜야 할 숨소리다
나는 가지를 꺾듯 미련을 놓아버린다
낙엽의 추락은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으로 파고드는 침투다
떨어지는 길 끝에서 처음 마주한 세상
젖은 흙의 목구멍이 열리고
막 피어나려는 꽃들의 울음소리가 땅바닥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 뜨거운 아가리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아픔은 없다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차지하는 기분이다
그러니 보라
나는 흙이 되어 다시 꽃이 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저 꽃들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흙의 주인이 될 것이고
내일 아침 세상을 덮을 저 꽃빛은 분명 내 갈증의 색깔일 것이다
나는 가장 먼저 봄을 가로챈,
이 땅의 진짜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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