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편지
들판 낮은 데서
무릇 냄새가 올라왔다
흙이 먼저 풀리고
바람이 먼저 따뜻해지던 날
우리는 억새풀을 꺾어 놀다가
손등을 베었다
가느다란 상처 끝에
물앵두 빛 피가 맺혔다
나는 그걸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입으로 빨아냈다
희옥이는 잠깐
내 손을 들여다보다가
웃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검은 댕기가
햇빛 속에서 길게 흔들렸다
우리는 진달래 몇 송이를 따 먹고
아무도 없는 들길로 달아났다
들판에는
무릇 냄새와
아이들 웃음이
한참 떠다녔다
해마다 봄이 오면
그 들판 어딘가에서
어린아이 하나
아직도
저 들길로 달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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