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당신은 사발 속 동동주를 흔들었다.
흰 쌀알 몇 개
탁한 물 위에 떠 있었다.
가라앉지 못한 것들의 표정.
나는 그걸 오래 보았다.
우리는 늘
가라앉거나
끝내 넘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아침,
세면대에 고인 물 위로
형광등이 잘린 채 떠 있었다.
얼굴을 숙이자
내 눈동자가
수면 위에서 두 개로 갈라졌다.
하나는 바닥으로 가라앉고
하나는 물 위에 매달린 채
깜박이지 않았다.
그 순간
숨이 잠깐 멎었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학교 운동장 위
만국기가 바람에 밀려
하늘을 얕게 베어 문다.
실에 묶인 색깔들이
도망치지 못한 채
허공에서 펄럭인다.
떠 있다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붙들려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부처가 보리수 아래 앉았을 때
깨달음은 번개처럼 떨어진 게 아니라
오래 가라앉아 있던 것들이
천천히
위로 올라오는 일이었을 것이다.
진흙 속 공기 방울처럼.
십자가 위에서도
피는 아래로 흐르지만
시선은 위로 향한다.
인간은 늘
몸과 마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뜬다.
저녁이 되자
국을 끓이다가
나는 문득 불을 줄였다.
끓어오르는 것들은
결국 흘러넘친다는 걸 아니까.
사발에 국을 담으니
기름 몇 방울
동그랗게 떠 있다.
그 안에
천장이,
전등이,
우리 둘의 얼굴이
작게 뒤집혀 있다.
당신이 젓가락으로
기름막을 건드리자
우리 얼굴이
산산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그 짧은 순간
우리는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떠올랐다.
가라앉지 못한 것들로
우리는 서로를 붙잡는다.
사랑은
같이 떠 있으려는 힘.
너무 높이 오르지 않도록
너무 깊이 빠지지 않도록
서로의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붙들고 있는 일.
오늘 밤
당신과 나
탁한 세상 한가운데서
흰 쌀알처럼
조용히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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