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눈, 위로 사라지다

by 선비천사

날자꾸나,
아무도 듣지 않게 나는 말한다.


삼월의 밭은 아직 덜 깨어
발뒤꿈치로 밟으면
물기 어린 흙이 천천히 숨을 토한다.


녹다 멈춘 눈이
검은 흙 위에 엎드려 있다.
사라지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몸을 가볍게 하려는 것처럼.


돌 틈에서 물이 새고
나무는 속으로만 수액을 밀어 올린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계절.


골짜기에서는 짐승이 울고
들판에서는 까마귀가 낮게 선회한다.
바다는 아직 차갑게 누워
파도 끝으로만 빛을 만진다.


그래도
날자꾸나.


쌓이지 말고
덮지 말고
젖은 땅 위에서
스스로를 흩뜨리며


가벼워지거라.


삼월의 창가에 매달려
입김으로 유리를 흐리는 아이들아,
저것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을 떠나는 것이다.


눈은 아래로 오지만
끝내,
위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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