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반복되는 은빛
저녁, 반지하방.
선호는 가방에서 캔커피를 꺼냈다.
이제 미지근해져 있었다. 물방울은 마르고 없었다.
그는 캔을 빙빙 돌려봤다. 유통기한 정상. 개봉 흔적 없음. 그냥 평범한 캔커피.
마셔도 되겠지.
따개를 땄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냥 커피였다. 특별할 것 없는 맛.
그런데 왜. 목이 메는 것 같았다.
누군가 자기한테 뭔가를 줬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오랜만이었다.
선호는 캔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물 얼룩이 희미하게 보였다.
누가 준 걸까.
그녀일까.
아니, 그럴 리 없어. 나 같은 사람한테 왜.
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기대하지 말자. 그냥 누군가 실수로 둔 거겠지. 내일 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래도.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 * *
다음 날.
선호는 평소보다 일찍 도서관에 갔다.
아침 여덟 시 반. 개관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일찍 온 거야.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 하지만 눈은 책상 위를 계속 훑었다. 어제 캔커피가 놓였던 그 자리.
지금은 비어 있었다.
당연하지.
선호는 헛웃음을 쳤다. 뭘 기대한 거야.
그녀는 열 시쯤 왔다. 평소와 같은 시간이었다. 밝은 니트, 긴 머리.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았다.
선호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기척을 느꼈다.
오늘도 왔구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캔커피는 잊자.
선호는 책에 집중하려 했다.
* * *
오후 두 시.
선호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자리에 돌아왔다.
멈췄다.
책상 위. 은빛. 캔커피.
선호는 숨을 멈췄다.
어제와 같은 브랜드. 같은 아메리카노. 같은 무가당.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또?
심장이 빨라졌다.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자기를 보고 있지 않았다. 다들 공부 중이었다.
대각선 자리의 그녀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선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캔커피를 만져봤다. 차가웠다. 방금 올려놓은 게 분명했다.
누가……
화장실 가기 전에는 없었다. 5분 정도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그 사이에 누군가 왔다 갔다.
선호는 캔커피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책을 폈다. 하지만 집중할 수 없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5화 이어서 보기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