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힐끔거리는 시선
사흘 뒤. 또 있었다.
나흘 뒤. 또 있었다.
닷새 뒤. 또.
선호는 이제 패턴을 알아챘다.
자리를 비우면 나타난다. 화장실을 가든, 잠깐 스트레칭을 하러 나가든, 어떤 이유로든 자리를 비우면. 돌아왔을 때 캔커피가 있다.
매번 같은 브랜드. 매번 차갑게. 매번 물방울을 달고.
선호는 더 이상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다. 누군가 자기가 자리를 비우는 걸 알고 있다. 누군가 자기한테 캔커피를 주고 있다.
왜? 이해할 수 없었다. 나 같은 사람한테 왜 그런 걸 주는 거지?
* * *
일주일.
일주일 동안 다섯 번의 캔커피를 건넸다.
해주는 타이밍을 재는 법을 익혔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2분을 기다린다. 화장실까지 가는 시간. 그리고 재빨리 가서 올려놓고 돌아온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들키면 어쩌지. 매번 그 생각을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가 돌아와서 캔커피를 발견할 때의 표정. 놀라면서도, 어딘가 안도하는 것 같은.
그 얼굴을 보면 해주도 안도했다.
오늘도 괜찮았구나. 내일도 괜찮겠지.
* * *
일주일이 지났다.
선호는 도서관에 가는 게 기다려졌다. 공부 때문이 아니었다.
오늘도 있을까.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화장실에 갈 때면 이상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돌아올 때면. 있을까.
책장을 펼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도 있을까.
* * *
열흘째.
선호는 오후에 화장실에 다녀왔다. 자리에 돌아왔다.
캔커피가 있었다.
선호는 미소 지었다. 이제 놀라지 않았다. 그냥 고마웠다.
그는 캔커피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표면. 맺힌 물방울.
고마워. 모르는 사람에게 속으로 인사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그녀일까?
대각선 자리의 그녀. 긴 생머리, 밝은 옷.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는 사람.
그녀가 이런 걸 할까? 모르겠다. 확인할 방법도 없다.
선호는 캔커피를 가방에 넣고 책을 폈다. 그녀 쪽을 힐끔 봤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쓰고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 * *
그날 오후.
선호는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캔커피가 있었다.
그는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캔커피를 집어 들려다 멈췄다.
시선.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
선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대각선 자리. 그녀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찰나였다.
그녀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고개를 숙이고 책에 집중하는 척했다.
선호도 시선을 내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봤어. 그녀가 이쪽을 봤다.
우연일까? 그냥 주위를 둘러하다 눈이 마주친 걸까? 아니면. 캔커피를 확인한 걸까?
그녀가 준 걸까?
* * *
토요일 오후.
도서관은 평소보다 붐볐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다.
선호는 자리를 비우기가 망설여졌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자리를 뺏길까 봐.
잠깐만 갔다 오자. 결국 일어섰다.
화장실에서 최대한 빨리 볼일을 봤다. 열람실로 돌아왔다.
자리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캔커피.
선호는 멈춰 섰다. 그녀 쪽을 봤다.
그녀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2초. 3초.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살짝 웃었다. 그리고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호는 멍하니 서 있었다.
웃었어. 나한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간신히 자리에 앉았다. 캔커피를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그녀야. 그녀가 주는 거야. 확신했다.
그날 밤, 선호는 오래 잠들지 못했다. 천장을 바라보며 그 미소를 떠올렸다.
작은 미소. 찰나의 눈 맞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6화 이어서 보기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