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보통의 삶
나는 잘 살아온 것도, 잘못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여기까지 와 있었다.
중년의 인생에서 중요한 건
더 이상 규정된 평가가 아니었다.
나는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다.
불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그저 보통의 삶이었다.
지난날엔,
개근상을 놓치지 않던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싱그러운 대학 캠퍼스에
연인의 무릎을 베고 누웠고,
개구리를 닮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거울을 바라보니
이마 주름이 인상적인 내가 있었다.
오늘의 나는,
자정 무렵 침대에 누워 내일의 알람을 맞춘다.
날카로운 알람소리에 깨어나면
아직은 어둑어둑 차가운 새벽공기를 들이마시고는
주방으로 가 뜨끈한 커피 한 잔을 내린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웃고는
방금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들고
언제나처럼 시동을 걸어 일터로 향했다.
출근해서 할 일이 떠올랐지만,
동시에 퇴근을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랐다.
이렇듯 나의 이야기가 특별하지는 않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지나갈 것이고,
나는 또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 문득 이 하루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하루들이 어떻게 나를 지금 이 순간에 데려다 놓았는지
한 번쯤 돌아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