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이의 눈을 피했던 그날

어쩌다 여기까지, 굳게 닫힌 입술

by 밤결





그날 따라 아이의 작은 입이

굳게 닫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보이는 눈 만은 어쩐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년 전 어느 날,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자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일상을 깨는 아침의 날카로운 알람소리가

아직 안 꺼졌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 소리는 전화벨소리였고

소음만큼 커다란 진동이 내 일상을 흔들었다.


"아버님, 어린이집 선생님이

코로나 환자와 동선이 겹쳤대요.

어린이집 10일 폐쇄 조치 되었어요.

ㅇㅇ이 지금 바로 데려가셔야 할 것 같아요."


한낱 직장인에 불과한 나는

선뜻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다.

마스크도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이가 코로나에 걸릴까 떨고 있지는 않을까.

그다음은 너무도 자연스럽게도,

'내가 이렇게 갑자기 회사 밖을 나갈 수 있나..?' 하는

현실이 따라왔다.



[각 기관별 코로나 접촉자 수 파악하여 15:00까지 보고할 것. 시간 엄수. ㅇㅇ청장 보고 예정.]



걱정은 멀었고,

현실은 당장 눈앞에 이빨을 들이밀었다.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 울림을 뒤로한 채

직장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재빨리 눌렀다.


"여기 ㅇㅇ구청인데요. 코로나 환자 접촉한 사람 있는지

파악해서 14:40분까지 전화 주세요."

안녕을 묻는 인사는 생략했다.




간신히 기한을 맞출 수 있었다.

시계 초침 어딘가 지쳐 보였다.

수십 바퀴도 더 돈 것 같았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과장님, 먼저 퇴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눈에도 내 모습이 지쳐 보였나 보다.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쉽게 고개가 끄덕였고

나는 그 몇 걸음 되지 않는 문을 박차고 나갈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아이들이 하원한 후였다.


몇 명 되지 않은 아이들 틈에서 내 아이가 보였다.

그 작은 얼굴엔 어느새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이의 눈은 분명 웃고 있었다.


울려대던 전화기소리 보다

모니터 메시지를 먼저 보았던

내 모습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빙그레 따라 웃어 보였다.


잠시 동안의 시간에 몇 명의 아이들이 호출됐고

한 두 명 되는 아이들만 남았다.

아이들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를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아이의 손을 꽉 잡고 돌아섰다.




"부릉" 정적을 깨는 시동 소리가 울렸다.

평소와 달리 아이의 작은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순간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출발하기 전 조용히 눈을 감아보았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아이를 돌아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어쩌다 여기까지' 시리즈는

각각의 글 하나로도

읽고 즐기기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전 글 함께 보면

더 깊게 즐길 수 있습니다. by 밤결

이전 07화어머니의 손, 차게 식어버린 된장찌개의 촉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