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날, 이산가족이 되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조용히 벗은 마스크

by 밤결






어린이 집이 10일이나 문을 닫는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큰 아이는 할머니집으로 갔다.




어머니는 음식을 만들다 문득

소금 한 숟갈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내 입맛엔 어딘가 싱겁게 느껴졌다.

큰 아이의 볼록해진 배를 바라보다

싱거운 잡채를 한 움큼 입에 넣었다.


어머니는 어느샌가 소금을 덜어내지 않고도

싱거운 맛을 내게 되었다.


그사이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하던 아이의 인사말이

"안녕히 가세요!"로 바뀌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기 전에,

고작 여섯글자의 인사말이 너무도 무거워서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집에 도착하자 작은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ㅇㅇ이는 잘 지내고 있어.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하더라고."


아내는 "ㅁㅁ이도 금방 잠들었어 보채지도 않고"

하고 대답했다.


부부의 저녁인사는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날 밤, 오랜만에 맥주를 꺼냈다.

부부는 마주 앉아 차가운 맥주를 한 입에 들이켰다.


다시 한 잔을 따랐을 때,

노란 조명을 하나 켜 둔 주방에는 나 혼자 남았다.


텅 빈 식탁 위에

다 마신 맥주캔이 세 개쯤 모여있었다.


취기가 올라 잠이 쏟아졌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나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뉘이러 방으로 향했다.

술에 취해 습관처럼 큰아이 방 문고리를 잡았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따라 안방까지 가는 길이 길게만 보였다.




내 일상은 더욱 더 바빠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만큼 할 일이 늘어났다.


사무실의 모두는 빠짐없이 마스크를 쓰게되었다.

'콜록' 소리 한 번은

수십개의 눈동자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한껏 예민하게 소리를 감지하며

눈으로는 컴퓨터 모니터에 적힌

코로나 감염자의 행적을 쫓고 있었다.




큰아이를 다시 만난 건 이틀이 지난 후였다.

결코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부모님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멀리서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틀 사이 큰아이의 볼이 한층 더 통통해져 있었다.


아이와 만나기 전

나는 마스크를 쓴 사실도 잊고 있다가

조용히 마스크를 벗었다.


아이는 다가오는 나,

차에서 내리는 나,

인사를 건네는 나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외쳤다.

"잘 지냈지?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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