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시간 뒤에 죽습니다. 안녕히.

난데없이 걸려 온 전화

by 밤결


나에게 두 시간이 주어졌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두 시간 뒤 자신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했던 오후의 일이었다.




따르릉. 따르르릉.

익숙한 번호. 알콜중독 아저씨였다.

걸려온 전화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한참이 지나서야 들려온 한마디.

"선생님... 나 이제 죽어. 목맸어. 2시간 뒤에 찾아줘.."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다. 죽는다고...?

난데없이 갑자기 나한테 왜? 근데 아파서 죽겠다도 아니고 곧 죽을 예정이라고..?


어째서인지 그 말이 '나 좀 살려주세요'로 들렸다. 멀쩡한 걸음으로 사무실에 걸어 들어와서 힘들다며,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저기 잠깐만요. 집이에요? 집 맞아요? 잠깐 기다려요. 지금 갈 테니까" 말했으나 고요한 정적만 흐를 뿐이었다. 전화는 끊기지 않은 상태였다.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은 채 핸드폰으로 112를 눌렀다. "경찰서죠? ㅇㅇ아파트 ㅇ동 ㅇ호에 자살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요. 급해요. 빨리 출동해 주세요."

다시 수화기에 귀를 가져다 댔을 때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그 길로 사무실을 나서 아저씨의 집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발걸음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아저씨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이라면 미리 연락 따위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화를 먼저 끊지 않고 숨 죽인 채 경찰과의 통화를 듣고 있었을 모습이 떠오르자, 오히려 발견 이후의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집은 닫혀있었고 두 차례 벨을 눌렀다. 문을 두세 번 더 두드리고 있을 무렵 경찰이 도착해 문을 열었다. 연이어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구급대원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 이게.... "


주방 겸 거실, 싱크대 하부장에 누워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는 역시나 초록색 빈 병이 세 병이나 나뒹굴고 있었다. 남자의 목에는 넥타이가 매어 있었고, 넥타이의 반대쪽은 싱크대 수전에 묶여 있었다. 묶인 넥타이는 누워있는 남자의 목을 조르기는커녕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감겨 있었다.


이곳에 모인 모두는 같은 표정이었지만, 다르게 움직였다.


경찰관은 반쯤 잠들어 있는 남자를 흔들어 깨워 뭐라 질문을 몇 개 던지고는 수첩에 끄적인 뒤 집을 나섰다.


구급대원은 남자의 동공에 불빛을 비춰보고는 부축하여 구급차에 태워갔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만 보다가 열린 문을 닫고는 터덜터덜 사무실로 걸어갔다. 해 질 무렵의 하늘이 눈에 띄게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이후에 아저씨의 연락은 없었다. 경찰을 통해 신고경위와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였고,


아저씨가 다친 곳 없이 멀쩡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정신건강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것이라는.


6개월 뒤 아저씨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져 갈 때쯤,

꽤 먼 곳에 떨어져 있었음에도 소식이 닿았다.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놓아버린 동아줄이 기어이 삭아 없어지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사무실은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계는 재깍재깍 움직이고 있었고 해가 뉘엿 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상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오늘의 노을만이 그날과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