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하나, 노숙자 로렌을 차에 태우다

우리가족이 쏘아 올린 서툰 공 하나

by 이 길의 끝에서

어제 저녁, 자메이칸식당에서 저녁을 정말 정말 맛있게 먹고 (입짧은 아이도 캐리비안 스타일로 양념이 된 삶은 양배추와 브라운라이스를 맛있게 먹어서 더욱 기뻤다!) 근처 몰로 차를 타고 가던 중이 었다.


카시트가 싫은 아기에게 찬양을 틀어주고는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고있는데, 어떤 홈리스가 찻길 옆을 걸어가고 있었다. 흐리게 뜬 눈으로 비에젖은 침낭을 메고 느리게 느리게.

운전하던 남편이 그를 보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아.. 비가 이렇게 오는데 걸어가고 있어.."


에어비앤비를 할때,

항상 손님들에게 공짜로 좋은 걸 주려는 남편에게

그렇게 하면 지속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비지니스적으로 말하는 내게,

지금 자기가 도와주고 싶단 말을 에둘러 말하는 거였다.


오늘따라 마침 시간도 있고,

이번달 에어비앤비가 잘돼서 통장에 여윳돈이 좀 있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가시는 곳까지 태워드릴까?" 내가 말했다.


남편은 곧장 차를 돌렸고 그는 우리차에 올랐다.

그날 하루종일 비가 왔었으니 긴 후디를 입고있던 젖은 그의 몸이 추위에 파르르 떨렸다.


그가 겪고 있는 삶의 공기가 차 안에 금세 가득해져서

우리는 한동안 별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각자 생각에 잠겼다.

조용히 흩어지던 빗소리와 찬양 위로 남편이 더듬더듬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My name is Bruce by the way."

"I'm Lauren."


어디를 가던 길이냐니 그냥 걷고 있었단다.

옆마을에 홈리스 식당이 있다기에 그런줄만 알고 그냥 걸었단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홈리스 쉘터와 식당을 검색해보고 전화를 걸었다.

모두 이미 문을 닫았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It looks like shelters in this city are all closed now.

Do you want to eat something while we figure out where to go?"

(식당과 쉼터 모두 닫았나봐요. 어떻게 할지 생각할동안 뭐좀 드시겠어요?)

"McDonald will be great."


우리가 무엇을 묻던지 로렌은 짧게 대답했다.

은하수가 떠오르도록 아득한 은빛 녹색눈은 초점도 힘도 빛도 잃었다.

그는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햄버거를 먹었고, 혹시 더 먹고 싶냐고 물으니 이걸로 됐다고 했다.


아이는 늘 낯선사람에게 하던대로 다가가 어깨를 꼬옥 쓰다듬고 눈을 마주쳤다.

그때 그가 처음으로 웃었다.


태워주려던 것 뿐이었는데,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비도 며칠간 계속 된다고 하니 난감했다.


우리 에어비앤비에는 손님들이 와 있으니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다.

근처 호텔에 하루 잘 수 있게 해 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 로렌의 의견을 물어보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호텔을 하룻밤 예약하고 그가 식사를 마치길 기다리는데,

그러고 보니 머리부터 발까지 젖은 그에게 새로운 옷과 신발이 필요해 보였다.


간단히 사려고 타겟에 들렀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필요한게 훨씬 더 많았다.

이후 그를 호텔에 내려주고 기도해 줄 제목이 있냐고 물으니, 그런거에대해 생각해 본적 없다고 했다.


커피를 내리는 그의 모습을 뒤로 하고 우리는 집으로 오는 차에 올랐다.


"어떤 생각을 했어? 항상 해보고 싶어 했잖아" 남편이 물었다.


"그분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얼굴이 너무 굳어있어서 그분에게 도움이 된건지 어떤건지 헷갈려. 자기는?"


"나는 정말 하길 잘한 것 같아. 근데 처음이라 허둥지둥하고 서툴렀어."


우리 둘다 좀 더 이런 일을 많이 해서 도와주는데도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말대로 우리의 처음은 어설프고 약간은 버거웠다.

로렌은 우리가 생각한것보다 더 먼길을 걸어왔을거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필요한게 많았던 것 같다.


그에게 필요한것이 마른옷과 하룻밤 잘곳뿐이겠는가.


그의 눈빛에 생명을 앗아갈만큼 힘겨웠을 로렌의 세월에게

우리가족이 쏘아올린 것은 너무 짧은순간의 작은 공이었지만


우리 아기의 15개월 기념일은

이제 로렌과 함께 기억될 것 같다.


아이의 이름이 "돕는자"라는 뜻인만큼,

이름만 "돕는자"라고 짓지 않고, 함께 실천하고 자라가는 부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