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을 무기로 바꾼 ‘통제력’의 마법
어릴 적 튼튼이는 유모차나 모노레일처럼 '내가 조종할 수 없는 흔들림'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전문가인 제 눈에는 그것이 전정감각의 예민함으로 보였죠.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만난 수영은 반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중력이 지배하는 땅 위에서는 내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불안했지만, 부력이 있는 물속은 달랐습니다. 8개월 때부터 스쿼트로 다진 허벅지 근육은 물속에서 강력한 엔진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물장구칠 때 튼튼이는 물을 '장악'했습니다. 4영법을 단숨에 마스터한 것은 단순한 운동 신경이 아니라, '내 힘으로 내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생애 첫 성공 경험이었습니다. 튼튼이에게 수영장은 공포를 지우는 '해방구'였습니다.
수영으로 자신감을 얻은 튼튼이는 이제 살아있는 생명체인 '말' 위에 올라탔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승마를 하며 배운 것은 단순한 기승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말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엉덩이로 느끼고, 손끝의 텐션으로 거대한 동물을 리드하는 과정은 고도의 '자기 조절(Self-regulation)' 훈련이었습니다. 예민했던 감각은 이제 말과 호흡을 맞추는 섬세한 '안테나'가 되었습니다. 내가 리드할 때와 몸을 맡길 때를 구분하게 된 이 시기의 경험은 훗날 럭비라는 거친 전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베이스가 되었습니다.
고학년이 된 튼튼이는 이제 더 아찔한 높이와 속도에 도전했습니다. 바퀴 달린 것이라면 질색하던 아이가 BMX 자전거와 스케이트보드에 빠져 파크의 경사면을 질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릎이 깨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핸들을 잡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남이 태워주는 유모차는 공포였지만, 내가 조종하는 자전거는 짜릿한 자유였습니다. 튼튼이는 온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았습니다. 두려움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기술(Skill)로 정복하는 것임을요.
축구 감독님의 스카우트 제의를 단호히 거절했을 때, 저는 그저 아이가 힘든 걸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거절의 미학'이었습니다. 탄탄한 피지컬, 섬세한 조절 능력, 그리고 속도를 즐기는 대범함까지 갖춘 튼튼이에게 축구는 자신의 에너지를 다 쏟아내기에 무언가 부족했습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더 거칠고, 더 전략적이며, 온몸을 던져 부딪히는 '진짜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럭비라는 거친 파도 말입니다.
엄마, 어릴 때 유모차 타면 발밑이 꺼지는 것 같아서 너무 싫었거든요? 근데 자전거 타고 파크에서 점프할 때는요, 공중에 떠 있는 그 짧은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요. 왜냐하면 제가 핸들을 어떻게 꺾느냐에 따라 어디로 떨어질지 제가 결정할 수 있잖아요. 수영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물이 저를 덮치는 게 아니라, 제가 물을 밀어내고 나가는 그 느낌! 이제는 무서운 게 아니라 제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민함은 양날의 검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향해 문을 닫는 '두려움'이 되지만,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세한 결을 읽어내는 '천재성'이 됩니다. 유모차에서 울던 아이가 파크의 지배자가 되기까지, 제가 한 일은 아이의 손에 핸들을 쥐여주고 믿고 기다려준 것뿐이었습니다.
1. Bandura, A. (1997). Self-Efficacy: The Exercise of Control. 성공적인 수행 경험이 어떻게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공포를 극복하게 하는지 설명합니다. 튼튼이의 '통제력' 획득 과정을 뒷받침합니다.
2. Schmidt, R. A., & Wrisberg, C. A. (2008). Motor Learning and Performance. 유아기 근력이 수영, 승마 등 다양한 종목으로 전이되는 '정적 전이(Positive Transfer)' 효과를 전문적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