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쿠란의 어원과 의미
A.D. 610년, 무함마드가 메카 근교 히라산 동굴에서, 가브리엘(지브릴) 천사를 통해 받은 첫 계시는 “읽으라! 창조주이신 너의 주님(알라)의 이름으로(96:1-5)”라는 엄중한 명령이었습니다. 이러한 계시는 하늘에서 내려온 영원불변의 음성이 인류에게 전달된 거룩한 출발점이자, 쿠란(Quran)이 태동한 역사적 기점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당시 무함마드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알라)의 계시를 완벽한 운율과 수사학적 완성도를 갖춘 형태로 세상에 전달하였습니다.
이러한 쿠란은 아랍어 명령어인 “이크라(Iqra: 읽으라)”에서 파생된 명사형 “알 쿠란(al-Qur'ān)”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쿠란은 단순히 경전을 의미하기보다는 신의 계시를 입 밖으로 내어 끊임없이 낭독해야 하는 “읊조려야 할 대상”이라는 본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쿠란은 인간이 유일신 알라의 뜻에 전적으로 순응함으로써,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가장 완벽한 인생 안내서라고 하겠습니다.
2. 쿠란의 정경화 과정
무함마드가 생전에 23년의 세월에 걸쳐 가브리엘(지브릴) 천사로부터 계시를 받을 때마다, 그의 제자들은 이를 암기하거나 종려나무 잎사귀, 가죽, 돌판 등에 기록하여 보존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물들은 보관과 유지에 한계가 있어 무함마드 사후에 계시가 소실될 위기에 직면하자, 이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제3대 칼리프 우스만 (Uthman, 재위 A.D. 644-656) 시대에 이르러 산발적인 기록물들과 '살아있는 쿠란'이라 불리는 하피즈(Hafiz)들의 증언을 교차검증함으로써 정경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정경화된 쿠란은 기록과 암송이라는 이중적 전승체계를 통해 확정되었기에, 오늘날까지 계시되던 당시의 일점일획의 변개 없이 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3. 쿠란의 구성체계
쿠란은 114개의 수라(Sura: 장)와 6,236개의 아야(Ayah: 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헤지라를 기점으로 메카 계시와 메디나 계시의 내용이 구분되어 기록되어 있습니다. 메카 계시(86개 장)는 유일신 신앙과 종말론적 진리를 선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메디나 계시(28개 장)에는 공동체 법규와 실천 규범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계시들은 제1장인 개벽장(Al-Fatiha, 알 파티하)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문장의 길이가 긴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데, 이는 가브리엘(지브릴) 천사가 무함마드에게 지시한 원형적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자 하는 신학적 의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또한 쿠란은 인간이 모방할 수 없는 운율적 미학과 신성한 문체를 갖춘 아랍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쿠란은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에 그 특유의 운율과 의미가 필연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슬림은 국적에 관계없이 반드시 아랍어 쿠란으로 예배를 봉행하고 있으며, 나아가서 아랍어 쿠란만이 유일한 경전이라는 철저한 원전주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쿠란의 신성함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습니다.
4. 쿠란의 핵심 교리
쿠란의 핵심 교리는 절대적 유일신 사상이며 이는 타우히드(Tawhid)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타우히드는 곧 “말하라. 그분은 알라이시며 단 한 분이시다. 알라는 영원하시며, 낳지도 않으셨고 태어나지도 않으셨느니라(112:1-4)”라는 계시를 의미합니다. 이 유일신 사상은 알라 외의 어떤 존재나 형상도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천명하며, 예언자인 무함마드조차 신격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이슬람의 절대적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쿠란의 교리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성격과 범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초기 메카 시기에는 타우히드를 비롯한 인간의 도덕적 정화에 관한 근본적인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메디나 이주 이후에는 혼인, 상속, 경제 등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회규범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쿠란은 절대적 유일신 사상과 공동체 윤리를 하나로 묶어, 인간의 삶 전체를 규율하는 절대적인 생활규범이라 하겠습니다.
5. 쿠란의 실천적 규범
쿠란에는 무슬림의 전 생애를 규율하는 총체적 규범인 샤리아(Sharia)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이러한 샤리아는 “진정한 경건함이란 가난한 자에게 재물을 베풀며, 예배를 드리고, 약속을 지키며, 역경 속에서도 인내하는 것이니라(2:177)”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무슬림의 신앙고백과 예배와 같은 종교적 의례는 물론, 혼인과 상속, 경제활동 등 세속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실천적 규범입니다.
무슬림은 삶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러한 샤리아 안에서 신의 뜻을 발견하고 복종함으로써 신앙의 완성을 추구합니다. 특히 무슬림의 음식섭취 가능여부와 관련하여, 쿠란에는 “죽은 짐승의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 그리고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되지 아니한 것 등은 너희에게 금지되었노라(5:3)”라는 엄격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서, 도살 과정에서 법도를 어겼거나 본질적으로 금기된 음식을 하람(Haram)이라 하며, 이와 반대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허용된 음식을 할랄(Halal)이라 합니다.
6. 쿠란의 구원관
쿠란이 제시하는 구원관은 유일신을 향한 조건 없는 복종과 그에 따른 책임 있는 실천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즉, 이러한 구원관은 “선행의 무게가 저울을 누르는 자는 낙원의 보상을 받게 되지만, 신의 계시를 거부하고 불의를 행한 자에게는 준엄한 형벌이 기다릴 것이니라(101:6-9)”라는 쿠란의 기록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최후의 심판 날에 지상에서의 모든 행위가 기록된 키탑(Kitab: 책)을 들고 심판대에 서게 되며, 그날의 판결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구원이란 막연한 깨달음이나 사후에 대한 위안이 아니라, 신의 명령 앞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던져 실천으로 증명해낸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실제적인 보상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 이후의 세계를 대면하게 됩니다. 결국, 쿠란의 구원은 지상에서 창조주 알라의 뜻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엄중한 삶의 결과물이며, 영원한 안식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