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언
이슬람 문명은 1,4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실로 찬란한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이슬람 문명은 서구 기독교 중심의 역사관에 가려져서, 그들이 이룩한 역사적 공헌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최근 들어 이슬람 문명이 인류사에 기여한 역사적 공헌에 대한 객관적인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슬람 문명은 독창적인 지적 탐구와 창조적인 발전을 통해 고유한 학문적 체계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동양의 인도 수학과 서양의 그리스 철학을 융합하여 유럽으로 전한 결정적인 문명의 가교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즉,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는 대상무역과 고대 지적 자산의 정교한 보존 과정을 통하여, 현대 문명의 기초를 닦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들 속에 이 위대한 이슬람 문명의 숨결이 살아 있는 화석처럼 박혀 있다는 점입니다. 즉, 수학과 화학을 비롯하여 식문화와 의생활 전반에 걸쳐서,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단어 중 상당수는 실제로 아랍어에서 그 유래 내지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아랍어에 어원을 둔 우리 일상 속에 남겨진 언어적 유산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식문화에 남긴 아랍어의 유산
우리의 식탁에는 아랍의 농업기술과 교역이 남긴 언어적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즉,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호품과 식재료의 명칭 속에는 과거 이슬람 문명이 남긴 영향이 살아 있는 화석처럼 남아 있습니다.
(1) 커피(Coffee)
전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Coffee)는 본래 이슬람의 수피(Sufi: 신비주의 수행자)들이 밤샘 기도를 위해 마시던 음료였습니다. 강렬한 각성효과가 술과 같다고 하여, 원래 "와인"을 뜻하던 아랍어 콰와(Qahwa: قهوة)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소다(Soda)
청량음료의 대명사가 된 소다(Soda)는 본래 중세 아랍의 의학과 화학적 지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소다(Soda)는 "심한 두통"을 의미하는 아랍어 수다(Suwda: صداع)에서 유래했습니다.
(3) 설탕(Sugar)과 캔디(Candy)
현대 인류의 보편적 기호품인 설탕(Sugar)과 캔디(Candy)의 보급에는 아랍의 정교한 정제기술이 기여했습니다. 인도에서 온 사탕수수를 증류기술로 정제하여 결정체로 만들어낸 것은 아랍의 공로입니다. 이러한 설탕의 명칭은 본래 "모래알"을 뜻하는 아랍어 수카르(Sukkar: سك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캔디 또한 "결정화된 설탕 덩어리"를 의미하는 아랍어 칸드(Qand: قند)가 그 어원입니다.
(4) 시럽(Syrup)과 샤베트(Sherbet)
달콤한 감미료의 대명사인 시럽(Syrup)과 시원한 디저트인 샤베트(Sherbet)는 중세 아랍의 풍요로운 식문화가 서구로 전해진 산물입니다. 특히 과일즙에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즐기던 아랍의 음료 문화는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형태의 기호 식품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마시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 샤라브 (Sharab: شراب)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5) 레몬(Lemon)과 라임(Lime)
지중해 음식에 널리 사용되는 레몬(Lemon)과 라임(Lime)은 아시아의 감귤류를 지중해 전역으로 퍼뜨린 아랍인들의 유산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이들 명칭 또한 "신 과일"을 뜻하는 아랍어 라이문(Laymun: ليمون)에 그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6) 샤프란(Saffron)
고급 요리의 향신료로 사용되는 샤프란(Saffron)은 과거 아랍의 주요 교역품 중 하나였습니다. 이 귀한 향신료의 이름은 "황색"을 뜻하는 아랍어 자파란(Za'faran: زعفران)에서 유래했습니다.
3. 생활문화에 남긴 아랍어의 유산
유럽의 귀족들이 누리던 화려한 생활양식 뒤에는 항상 아랍의 장인정신과 언어가 숨어 있었습니다. 즉, 우리가 입는 의복과 사는 주거 환경을 아우르는 일상적인 생활문화에도 이슬람 문명이 남긴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1) 코튼(Cotton)
중세 유럽의 거친 모직물 시대를 끝내고 부드러운 면화의 시대를 연 코튼(Cotton)은 아랍 상인들이 인도에서 이를 들여와 전파한 이슬람 문명의 산물입니다. 이러한 코튼의 명칭은 본래 "면화"를 지칭하던 아랍어 쿠툰(Qutun: قطن)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사틴(Satin)
광택 있는 매끄러운 직물의 대명사가 된 사틴(Satin)은 중세 동서교역의 가교역할을 했던 아랍 상인들에 의해 유럽에 소개되었습니다. 즉, 이 사틴은 중국의 “항구 자이툰(Zaitun: 천주)에서 생산된 비단”을 일컫던 아랍어 자이툰(Zaitun: زيتون)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3) 매트리스(Mattress)
십자군 전쟁 당시에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던 유럽인들에게 안락함을 선사한 매트리스(Mattress)는 아랍의 침구 문화가 전해진 결과입니다. 이러한 매트리스는 본래 "바닥에 던져진 방석"을 뜻하는 아랍어 마트라(Matrah: مطرح)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4) 소파(Sofa)
오늘날 전 세계 거실의 필수 가구가 된 소파(Sofa)는 본래 휴식을 위해 양털을 깐 긴 의자를 의미하였습니다. 이러한 소파는 "돌이나 흙으로 만든 긴 의자"를 뜻하는 아랍어 수파(Suffah: صفة)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5) 거즈(Gauze)
상처를 보호하는 얇은 천인 거즈(Gauze)는 중세 교역의 산물입니다. 이 거즈는 본래 "비단"을 뜻하는 아랍어 카즈(Qazz: قز)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6) 잡지(Magazine)
온갖 지식과 정보의 보고가 된 잡지(Magazine)는 본래 물품을 보관하던 장소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잡지는 "창고"를 뜻하는 아랍어 마카진(Makhazin: مخازن)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4. 수학에 남긴 아랍어의 유산
수학의 기초체계는 아랍의 지성을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즉, 아랍의 수학자들은 단순히 수치를 계산하는 수준을 넘어, 정교한 연산의 체계를 확립하여 인류에게 전수하였습니다.
(1) 아라비아 숫자와 0(Zero)
현대 인류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숫자는 본래 인도에서 기원하였으나, 이를 정교한 10진법 체계로 완성하여 "아라비아 숫자"라는 명칭을 붙여 유럽에 전파한 것은 아랍 수학자들의 업적입니다. 그리고 0(Zero)은 "텅 비어 있음"을 뜻하는 아랍어 시프르(Sifr: صفر)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알고리즘(Algorithm)
오늘날 디지털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연산의 기초가 되는 알고리즘(Algorithm)은 9세기 아랍의 천재 수학자 "알 콰리즈미(Al-Khwarizmi)"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이 알고리즘은 그의 이름이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변형되어 오늘날의 수학 용어로 정착된 것입니다.
(3) 대수학(Algebra)
복잡한 방정식을 풀고 수식을 정리하는 현대 수학체계의 토대가 되는 대수학(Algebra)은 문제를 단순화하여 해결하려는 아랍인들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대수학은 "흩어진 부분을 다시 맞춤"을 뜻하는 아랍어 알 자브르(Al-Jabr: الجبر)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4) 미지수 X
수학에서 알지 못하는 값을 의미하는 미지수 X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뜻하는 아랍어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이 미지수 X는 "어떤 것"을 뜻하는 아랍어 샤이(Shay: شيء)가 중세 스페인어에서 번역되는 과정을 거쳐 그 머리글자인 X만 남게 된 것입니다.
5. 화학에 남긴 아랍어의 유산
중세 아랍의 연금술은 단순히 금을 만드는 시도가 아니었습니다. 즉, 아랍의 연금술사들은 물질의 성질을 탐구하고 정교하게 추출해내는 현대 화학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탄생한 용어들은 오늘날 화학 분야의 핵심 학술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 알코올(Alcohol)
오늘날 의료용 소독제와 주정의 주성분인 알코올(Alcohol)은 과거 아랍인들이 증류 기술을 통해 고농도로 추출하여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이 알코올(Alcohol)은 본래 눈화장에 쓰던 "미세한 가루"를 지칭하던 아랍어 알 쿨(Al-kuhl: الكح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화학(Chemistry)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다루는 학문인 화학(Chemistry)은 금속을 변용시키는 기술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화학(Chemistry)은 "연금술"을 뜻하는 아랍어 알 키미야(Al-Kimiya: الكيمياء)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3) 알데하이드(Aldehyde)
유기 화합물의 일종인 알데하이드(Aldehyde)는 현대 화학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물질입니다. 이 알데하이드(Aldehyde)는 그 명칭 속에 아랍어 정관사인 접두어 "알(Al-)"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4) 엘릭서(Elixir)
과거 연금술사들이 꿈꾸던 신비로운 영약인 엘릭서(Elixir)는 현대 제약 분야에서 특정 혼합 제제를 지칭하는 용어로 남았습니다. 이 엘릭서(Elixir)는 "영약"을 뜻하는 아랍어 알 익시르(Al-Iksir: الإكسي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5) 아말감(Amalgam)
치과 재료로 널리 알려진 아말감(Amalgam)은 수은과 다른 금속을 혼합하여 부드럽게 만든 합금을 의미합니다. 이 아말감(Amalgam)은 "연화시킨다"는 의미를 지닌 아랍어 알 말감(Al-malgham: الملغم)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6. 천문학에 남긴 아랍어의 유산
중세 유럽이 천문 관측의 암흑기를 지나는 동안, 아랍의 지성들은 고대 그리스의 지식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밤하늘의 지도를 새롭게 그렸습니다. 즉, 오늘날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별의 이름과 천문학 용어 속에는 우주의 신비를 읽어내려 했던 아랍인들의 치열한 천문 관측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1) 알데바란(Aldebaran)
황소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알데바란(Aldebaran)은 밤하늘의 길을 찾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이 알데바란(Aldebaran)은 "뒤에 따라오는 자"를 뜻하는 아랍어 알 다바란(Al-Dabaran: الدبران)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베텔게우스(Betelgeuse)
오리온자리의 붉은 거성인 베텔게우스(Betelgeuse)는 거대한 별의 상징입니다. 이 베텔게우스(Betelgeuse)는 "거인의 겨드랑이"를 뜻하는 아랍어 야드 알 자우자(Yad al-Jawza: يد الجوزاء)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3) 천정(Zenith)
머리 위 수직 지점을 뜻하는 천문학 용어인 천정(Zenith)은 관측의 기준점이 됩니다. 이 천정(Zenith)은 "머리 위의 길"를 뜻하는 아랍어 삼트 알 라스(Samt al-Ras: سمت الرأس)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4) 나디르(Nadir: 천저)
천정(Zenith)의 정반대 지점, 즉 발밑 수직 방향을 뜻하는 나디르(Nadir) 역시 천문학의 기초 용어입니다. 이 나디르(Nadir)는 "마주 보는 곳"을 뜻하는 아랍어 나디르(Nadhir: نظير)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7. 항해와 지리에 남긴 아랍어 유산
중세 아랍의 지성은 대지를 넘어 바다와 미지의 땅으로까지 뻗어 나가며 인류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즉, 탐험과 교역의 과정에서 정립된 지리 정보와 항해 지식은 오늘날 해양 역사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1) 몬순(Monsoon)
계절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바람인 몬순(Monsoon)은 고대부터 아랍 상인들이 인도양을 가로질러 항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지표였습니다. 이 몬순(Monsoon)은 "계절" 혹은 "바람이 부는 시기"를 뜻하는 아랍어 마우심(Mawsim: موسم)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아지무스(Azimuth: 방위각)
항해술에서 천체의 수평 방향이나 방위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아지무스(Azimuth)는 정밀한 항해를 가능케 한 핵심 개념입니다. 이 아지무스(Azimuth)는 "길" 또는 "방향"을 뜻하는 아랍어 알 숨무트(Al-sumut: السموت)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3) 아드미랄(Admiral)
해군의 최고 지휘관을 뜻하는 아드미랄(Admiral)은 중세 지중해의 제해권을 장악했던 아랍의 해상 위력을 보여줍니다. 이 아드미랄(Admiral)은 "바다의 지배자"를 의미하는 아랍어 아미르 알 바흐르(Amir al-Bahr: أمير البحر)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4) 지브롤터(Gibraltar)
지중해의 관문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Gibraltar)는 이슬람 세력이 유럽으로 진출하던 역사적 현장입니다. 이 지브롤터(Gibraltar)는 당시 원정군을 이끌었던 타리크 이븐 지야드(Tariq ibn Ziyad) 장군의 이름을 딴 "타리크의 산"이라는 뜻의 아랍어 자발 타리크(Jabal Tariq: جبل طارق)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5) 사파리(Safari)
오늘날 야생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을 뜻하는 사파리(Safari)는 본래 아랍인들의 역동적 활동을 대변합니다. 이 사파리(Safari)는 "여행" 그 자체를 의미하는 아랍어 사파르(Safar: سفر)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6) 알람브라(Alhambra) 궁전
이베리아반도에 소재한 아랍 건축의 정수인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은 그 색채에서 명칭이 정해졌습니다. 즉, 이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은 "붉은 성채"를 의미하는 아랍어 알 함라(Al-Hamra: الحمراء)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8. 결언
본고는 서구 기독교 중심의 역사관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이슬람 문명의 역사적 공헌을 객관적으로 재평가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즉, 아랍어에 어원을 둔 우리 일상 속에 남겨진 언어적 유산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수학과 화학을 비롯하여 일상의 도처에 남겨진 수많은 언어적 유산들은 아랍 문명이 현대 문명의 기초를 직접 닦았음을 입증하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러한 어원들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적 도구들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그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 지성의 진보를 가능하게 한 아랍 문명의 위대한 기여에 대해, 우리는 마땅히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재평가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