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1,400년의 대서사: 제6부

제6부: 포스트 술탄-칼리프시대(A.D. 1922-2026)

by 장유철

1. 오스만제국의 해체와 인위적 국경선


(1) 제1차 세계대전과 사이크스 피코 협정


제1차 세계대전(A.D. 1914-1918)이 한창이던 A.D. 1916년에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후의 중동지역의 지배권을 미리 분할하기 위해서, 비밀리에 사이크스 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을 체결하였습니다. 당시 오스만제국이 지배하고 있던 중동지역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종파들이 복잡하게 얽혀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공존하던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서구 열강은 이러한 인종적·종교적 사실을 철저히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지도 위에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인위적인 국경선을 그어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민족이 강제로 분리되거나, 적대적 종교인들이 하나의 틀에 묶이게 되었습니다. A.D.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A.D. 1919년 베르사유조약을 거치며 고착된 중동지역의 국경선들은 곧바로 민족분쟁과 종교전쟁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즉,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동의 참혹한 내전과 갈등의 뿌리는 이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처럼 인위적으로 설정된 국경선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2) 술탄제 폐지와 터키공화국 탄생


A.D. 1922년, 600여 년간 이슬람을 수호해 온 오스만제국은 술탄제가 폐지되면서 그 종말을 맞게 되었습니다. 부연하면, A.D. 1923년에 터키(튀르키예)의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Mustafa Kemal)은 오스만제국의 술탄제를 폐지하고, 터키공화국을 공식적으로 수립하였습니다. 이어서, 무스타파 케말은 A.D. 1924년에 칼리프제마저 철폐하며, 터키공화국을 정교분리의 세속국가체제로 전환하였습니다.


또한, 무스타파 케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랍어문자 대신에 로마자를 전격 도입하고, 이슬람사원을 박물관으로 바꾸는 등 1,400년을 이어온 정교일치의 신정국가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이는 무슬림들에게 근대화를 위해 이슬람적 삶의 방식을 강제로 금지한 문명사적 대전환이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정교분리, 즉 세속화는 오늘날까지도 이슬람문명권이 겪고 있는 이슬람과 서구적 근대화 사이의 뿌리 깊은 충돌을 야기한 역사적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2. 이슬람공동체의 확장


(1) 20억 무슬림의 대폭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20세기 초에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2억 명에 불과하였으나, A.D. 2026년 현재 무슬림 인구는 무려 20억 명을 돌파하며 지난 한 세기 동안 10배로 급증하였습니다. 이로써 이슬람은 기독교와 비견되는 세계 2대 종교로 확고히 자리 잡았으며, 인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이슬람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공동체의 확장은 중동지역을 넘어 아시아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는 약 2억 3천만 명 이상의 무슬림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이고, 이어 파키스탄은 약 2억 1천만 명, 그리고 방글라데시는 약 1억 5천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며, 아시아권 무슬림 인구의 대폭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이슬람협력기구(OIC)


현재 이슬람협력기구(OIC: Organization of Islamic Cooperation)에는 전 세계 57개 이슬람 국가가 가입되어 있으며, 이들은 각각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의 25개 국가를 중심으로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까지 결속된 이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에너지와 경제라는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연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초거대 스마트 신도시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전 세계 건설 및 첨단기술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산유국들이 운용하는 국부펀드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전 세계 반도체, AI, 에너지 분야의 주요 기업들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3. 아랍어로 잇는 이슬람 네트워크


(1) 아랍어의 위상제고


1973년 아랍어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에 이어 UN의 여섯 번째 공식 공용어로 채택이 되었는데, 이것은 이슬람문명권의 저력을 세계가 공인한 상징적 사건입니다. 이는 단순히 UN에서의 지위를 넘어, 전 세계 외교무대에서 아랍어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아랍어의 위상제고는 이슬람국가들 사이를 단단히 묶어주는 실질적인 연결고리입니다. 즉, 아랍어는 이제 단순한 지역적 언어를 넘어 이슬람국가들을 하나로 잇는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되었으며, 이 연결고리를 통해 전 세계 이슬람 네트워크는 더욱 공고하게 작동하고 확장되고 있습니다.


(2) 아랍어 쿠란


이슬람국가들이 보여주는 가장 경이로운 결속력은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에서 비롯됩니다. 이슬람국가마다 일상적 언어는 제각기 다르지만 전 세계 모든 이슬람국가는 오로지 아랍어로 된 쿠란만을 인정하는 교리에 따라 동일한 아랍어를 공유하며 기도하고 소통합니다.


이처럼 아랍어 쿠란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하여 전 세계 이슬람국가를 하나로 이어주는 거대한 이슬람 네트워크의 핵심적 연결고리입니다. 즉, 쿠란은 이슬람이 물리적 국경을 넘어 하나의 거대 이슬람문명권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이슬람국가를 영적으로 강력하게 결속하는 매개체라 하겠습니다.


4.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과 결속


(1)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


현재 이슬람은 전체 무슬림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약 10%의 시아파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이 두 종파는 술탄-칼리프시대 이후 이슬람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누가 진정한 이슬람의 맹주인가를 다투며, 중동지역의 정치적 패권과 경제적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사투에 가까운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의 근본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니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Wahhabism)과 이란의 시아파 신정주의인 혁명정신(Revolutionary Spirit)이 서로 상대방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이념은 각국 정권의 존립기반인 절대적인 명분이기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사활을 건 패권 다툼으로 치닫는 것입니다.


(2) 수니파와 시아파의 결속


이슬람국가는 내부적 갈등과는 별개로 이슬람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 강력한 문명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즉, 수니파와 시아파를 막론하고 모든 무슬림은 아랍어 쿠란과 이슬람의 핵심 교리를 삶의 근간으로 삼기에, 이는 두 종파가 언제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거대한 잠재적 에너지가 됩니다.


특히, 이러한 이슬람이라는 동질성은 서구문명과의 관계에서 강력한 응집력으로 나타납니다. 즉, 수니파와 시아파는 서구문명과 대치하거나 이슬람이 위협을 받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종파적 차이를 초월하여 이슬람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결속하는 강력한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이슬람문명의 4대 전파동력


(1) 절대복종에 의한 평화와 구원의 교리


이슬람(Islam)이라는 명칭의 어원은 살롬(Salom)이며, 이는 유일신 알라에 대한 절대 복종을 통한 평화를 의미합니다. 쿠란의 교리에 따라 오직 유일신 알라에게 복종하는 무슬림의 삶은 인간을 세상의 세속적 억압과 우상화된 권력으로부터 해방시켜 진정한 영적 평화에 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슬람은 무슬림이 쿠란에 따라 유일신과 천사, 경전과 예언자, 내세와 정명의 여섯 가지를 믿고(육신), 신앙고백과 예배, 희사(Zakat), 단식, 성지순례의 다섯 가지 행동을 이행하는(오행) 삶을 살 때, 비로소 도달하게 되는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구원론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삶의 본질적 평화와 사후의 확실한 구원을 약속하는 이슬람의 교리는 혼란과 억압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적 안식처가 되어 이슬람문명이 널리 뻗어나가게 한 근본적 동력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2) 평등 교리


이슬람은 “알라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라는 만민평등을 핵심 교리로 표방하는 종교입니다. 이러한 이슬람은 계급과 인종의 벽을 허물어 압제에 신음하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슬람의 지배세력이 바뀌고 정치가 혼란에 빠져도, 알라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교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혈연보다 진한 유대감을 형성하였습니다. 즉, 이슬람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종교를 넘어 사회적 평등의 등불이 되었으며, 이것이 이슬람 1,400년의 끈질긴 생명력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3) 포용정책


과거 여러 이슬람제국들은 피정복민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며, 지즈야(세금)라는 최소한의 의무만으로 종교의 자유를 부여한 포용정책을 실시하였습니다. 이 지혜로운 공존의 방식은 피정복민에게 이슬람을 침략자의 종교가 아닌 새로운 문명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강력한 토대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이슬람제국들의 포용정책이 있었기에 거대한 이슬람제국으로서 안정적인 기틀을 닦을 수 있었으며, 그들의 정치적 지배력이 사라진 뒤에도 이슬람은 그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즉, 이슬람의 이민족에 대한 포용정책은 이슬람이 1,400년을 이어온 가장 현실적이고도 현명한 통치철학이라고 하겠습니다.


(4) 이슬람상인의 상업적 실용주의


이슬람은 정당한 상행위를 신성한 노동으로 간주하였으며, 예언자 무함마드 역시 유능한 상인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형성된 이슬람상인들의 상업적 실용주의는 이슬람전파의 강력한 동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슬람상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슬람은 지구촌 방방곡곡으로 스며들 수 있었습니다. 즉, 이슬람상인의 상업적 실용주의라는 오랜 전통은 이슬람이 오늘날 20억 인구의 거대 문명권으로 도약하게 된 결정적인 원천이 되었습니다.


6. 이슬람문명의 재평가와 징검다리


(1) 이슬람문명의 재평가


이슬람 1,400년의 유구한 역사는 동양의 고도화된 문명을 서양으로 전파하고, 고대 그리스·로마의 지적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발전하여 유럽의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한 인류문명사의 거대한 엔진이었습니다. 또한, 이슬람은 당대 최고의 과학, 의학, 수학, 철학을 집대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제지술과 나침반 등을 서구에 전파하여 지식의 대중화시대의 서막을 열어주었습니다. 특히 이들이 전수한 천문학과 지리학, 그리고 이를 응용한 정교한 항해술은 신대륙 발견이라는 대항해시대의 거대한 전환점을 마련하는 결정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이슬람의 찬란한 문명적 기여와 동서양 가교로서의 역할이 없었다면, 현대 서구문명의 도약 또한 기약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오랫동안 서구 기독교중심의 역사관에 가리어져서, 그 가치를 온전하게 평가받지 못해왔습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오랫동안 편견의 장막 뒤에 숨겨진 찬란한 이슬람역사를 바로 세우고, 인류의 자산으로서 이슬람문명의 위상과 기여도는 마땅히 새로운 관점에서 재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2) 이슬람문명의 징검다리


이슬람은 정통 칼리프시대부터 오스만제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치적 격변과 위기를 관통하며 이어져 왔습니다. 이렇게 이슬람이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각 시대의 역사적 환경에 적응하며 1,400년을 이어온 것은 각 시대마다 다음 시대로 이슬람문명을 넘겨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수행한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A.D. 1922년 술탄-칼리프체제가 폐지된 이후부터 2026년 현재에 이르는 100년 또한, 미래의 이슬람을 이어줄 징검다리를 마련하는 준비기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과거의 여러 시대의 징검다리들이 현재의 이슬람을 있게 했듯이, 지난 100년의 세월 역시 미래의 이슬람이 계속해서 존속될 수 있도록 놓을 또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거대한 이슬람의 물줄기는 앞으로도 이러한 징검다리들을 딛고 장엄하게 이어질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
2000년도 이슬람국가와 무슬림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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