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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집에서 뛰쳐나온 날, 새카만 하늘이 개구리를 짓눌렀다. 낯선 거리를 걸으며 어둠의 공포를 곱씹자 답답함이 조금은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나오지 말아야 할 시간에 밖을 거닐은 해방감이었는지, 옥죄던 무언가들에 대한 회피였는지를 고민한다. 아무래도 세상에 내던져진 막막함과 외로움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유라는 이름의 막연함
대학생이란 어떤 시기일까? 해가 바뀌던 날, 계산대 앞에서 술과 신분증을 내미는 것으로 스무 살을 마주했다. 파란 숙명의 교표가 붙은 과잠을 입고서야 대학생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새로운 장소를 전전하며 묘한 익숙함과 이질감을 함께 느꼈던 3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나를 뒤로하고 세상은 빠르고 불친절하게 변했다. 대학에 입학하면, 성인이 되면. 막연하게만 그려오던 꿈에 도달했지만 나는 또 다른 막연함의 시작점에 서 있었다.
얼마나 많은 고등학생이 적성과 흥미, 능력을 파악하고 있을까. 입시라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길을 걸어오다 충분한 자아 성찰을 거치지 않은 채 갑작스레 마주친 대학생, 청년이라는 시기는 혼란스러웠다. 소모임과 동아리로 시작해서 대외활동과 공모전까지. 쌓아야 할 스펙은 산더미였고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음을 깨닫고서 몰려오는 조급함에 방황했다. 꿈을 꿀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으나 안정적인 직장과 성공을 향한 길로 떠밀려져 위태로웠다.
생애주기의 청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단계. 여태껏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왔던 우물 안 개구리는 갑작스레 사회로부터 주체성과 독립성을 요구받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난 뿌듯함도 잠시, 인생의 목표가 사라졌다는 허망함과 동시에 불안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대학생은 어쩌면 안정해지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아주 불안정한 시기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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