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젠 내가 원하는 호랑이를 불러보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우리는 보통 남의 험담을 하거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 이 말을 씁니다. “누가 들을지 모르니 조심해라”라는 경고의 의미입니다. 조직에서는 상사 험담이나 조직 개편 이야기 중에 당사자가 갑자기 나타나는 난처한 상황을 묘사할 때 단골로 등장합니다.
회사에서 보면 삼삼오오 모여 상사 이야기, 인사 이야기하다가, 누군가 화들짝 놀라 갑자기 말합니다.
“야, 조심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저러다 한번 호랑이한테 물려봐야 정신 차리지.ㅋ”
조직에서 ‘호랑이’는 보통 이런 존재죠. 까다로운 상사, 예민한 임원, 피하고 싶은 권력자.
괜히 들켰다가는 피곤해질까 봐 목소리 낮추고, 말 아끼고, 화제 바꾸는 게
회사 생활의 기본 매너이자 생존 매뉴얼처럼 여겨집니다. 저 또한 한동안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오십 대 인사부장은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오니, 차라리 내가 원하는 호랑이를 불러내라.”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방향을 정하는 신호탄이고, 조직 안에서는 곧 ‘자기 선언(Self-Declaration)’입니다. 인사부장으로서 제가 본 ‘운이 좋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항상 긍정적인 가능성을 입에 올리며, 자기 이야기를 미리 말해 두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몇년 전, 영업기획팀에 박 대리라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기억에도 남지 않는 무난한 사람’이었습니다. 사고도 없지만 두드러짐도 없어 인사평가표 어디에도 별 테가 나지 않는 그런 직원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 박 대리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 평소처럼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다가 자연스럽게 회사 이야기, 인사 이야기로 넘어갔고, 누군가 신사업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거기 요즘 사람 갈린다더라.”
“팀장 완전 호랑이래. 눈 마주치면 얼어붙는다던데?”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습니다.
그때 박 대리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를 했습니다.
“저는 그 팀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순간 테이블 위 공기가 살짝 멈췄습니다.
“야… 거길 왜 가?”, “거기 가면 진짜 죽어.” , “너 거기 가면 한 달 못 버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쏟아졌습니다.
누군가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조심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신사업팀 팀장 온다. ”
그러나, 박대리는 오히려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그 팀에서 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묘하게… 준비된 사람의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박 대리는 더 이상 말만 하지 않았습니다.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사내 게시판에 관련 트렌드 글을 꾸준히 올리며,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이미 그 팀의 언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정말로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신사업팀장이 직접 인사팀을 찾아와 묻더군요.
“박 대리라는 친구, 평소 우리 팀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는데 면담 좀 해봐도 괜찮겠습니까? ”
결국 박 대리와의 면담에 흡족했던 팀장은 "생각보다 준비가 많이 되어 있네요. 바로 업무에 투입시켜도 되겠네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발령 요청하였고, 박 대리는 그곳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실력을 입증해 냈고, 결국 동기들 보다 빠르게 승진을 하였습니다.
그를 지켜보며 저는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가 두려워하고 회피할 땐, 더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우리가 이름을 부르며 준비하면, 기회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박 대리는 호랑이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호랑이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고, 결국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두려운 호랑이를 피한 것이 아니라, 간절히 원하는 호랑이의 이름을 끊임없이 불러 자신의 편으로 만든 셈입니다.
오십 대 인사부장에게 이 속담은 이제 ‘확언(Affirmation)의 법칙’입니다.
남의 흉을 보느라 호랑이를 불러내 난처해지지 말고, 당신의 꿈과 비전을 말함으로써 멋진 기회라는 호랑이를 불러내십시오. “힘들다”를 많이 말하면 힘든 일만 더 잘 보이고, “안 된다”를 반복하면 안 되는 이유가 먼저 떠오릅니다.
반대로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면, 우리에겐 그렇게 잘도 피해 가던 그 기회란 이름의 호랑이가 적어도 한 번은 고개를 듭니다.
호랑이는 여전히 무섭습니다. 그러나 그 호랑이를 길들이는 사람만이 다음 산을 넘습니다.
부디 입을 닫아 안전한 사람이 되기보다, 입을 열어 성장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지금, 당신은 어떤 호랑이를 부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