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하다.

빈 수레에서 결국 꽉 채운 수레가 된 어느 신입사원 이야기

by 심 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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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지 않는 수레는 결국 멈춘 수레다.


이 속담은 실속 없는 사람이 겉으로만 떠들어대는 꼴을 비판할 때 쓰입니다. 조직에서도 대개 묵묵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기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직원을 향해 "조용히 내실이나 쌓으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활용되곤 합니다. 즉, 이 속담은 겉모습만 요란한 사람을 비웃으며, 조용함과 은근한 내공을 최고의 가치로 삼게 만드는 일종의 '침묵 강요의 메시지였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재들의 커리어를 현장에서 지켜본 오십 대 인사부장은 이제 이렇게 말하려 합니다.
“빈 수레니까 요란하게 소리를 내서라도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 그 수레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이라도 시작할 것 아닌가.”


진짜 무서운 것은 요란한 수레가 아니라, 꽉 찼으면서도 소리 하나 내지 않아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수레이지 않을까요?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졌어도 조직이 그 존재를 모르면 쓰일 기회조차 얻지 못할 테니깐 말입니다. 요란한 소리는 때로 ‘간절한 신호’이기도 합니다. "나를 좀 도와달라", "내가 여기 있다"는 외침입니다. 소리가 나야 사람들이 쳐다보고, 쳐다봐야 수레에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채워야 할지 알게 됩니다. 빈 수레라고 비웃기 전에, 그 수레가 왜 소리를 내며 달려가고 있는지 그 '에너지'와 '방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회사 영업팀의 새로 입사한 박 사원 씨는 전형적인 ‘요란한 빈 수레’였습니다. 입사한 지 몇 달 안 된 그는 아는 건 적어도 회의 때마다 손을 들고 자기 아이디어를 쏟아내곤 했습니다.
“팀장님,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진행하는 건가요?”
“혹시 다른 방식으로 해보면 안 될까요?”
“제가 생각해 본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선배들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박 사원 씨,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기본부터 배우고 조용히 좀 있지?"
“뭘 알곤 얘기하는 거야? 말만 많았지 정작 실행은 못하면서…..”


주변에선 그가 팀 분위기를 흐린다고 했지만, 저는 그의 요란함을 달리 보았습니다.. 그는 부족함을 감추지 고 사내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의실 구석에서 풀이 죽어있는 그를 따로 불렀습니다.

“박 사원 씨, 아까 그 아이디어 말이야. 방향은 참 참신했어.”
“부장님… 선배들은 다들 기본부터 배우고 조용히 하라고 하셔서요. 제가 너무 요란했나 봅니다.”
“아니요~~! 이럴수록 더 힘내서 떠들어 봐야지.. 이렇게 풀 죽어있으면 어떡해요? 이제부턴 소리만 내지 말고 그 소리에 ‘반응’을 담아봐. 사원 씨가 비어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우리가 무엇을 채워줘야 할지 고민할 수 있잖아요.”
“……”
“지금 박 사원 씨는 틀리고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밝고 있는 겁니다.”


박 사원은 그날 이후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부딪혔습니다. 요란하게 구르는 그를 보며 선배들도 비아냥 대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다.
“거긴 틀렸어, 잘 봐. 이 부분은 이걸 채워야 전체적인 수식이 잘 연동이 돼.”
“박 사원 씨. 그 방향은 이미 회사에서 검증했던 부분이야.. 이런 식으로 방향을 전환해 봐요.”

역설적이게도 그는 남들보다 요란했기에 동기들보다 훨씬 빨리 자신의 수레를 채워나갔고, 1년 뒤 그는 팀 내에서 ‘아이디어를 결과로 만드는 사람’으로 당당히 인정받았습니다.
만약 그가 비아냥이 두려워 입을 닫았다면 어땠을까요? 그의 수레는 여전히 빈 채로, 먼지만 쌓인 구석에 방치되었을 것입니다..


오십 대 인사부장에게 이 속담은 이제 ‘자기 PR의 전제조건’입니다.
“소리를 내지 않는 수레는 결국 멈춘 수레다. 요란하게 굴러가며 존재를 알리고, 그 소리로 성장의 재료를 모아야 한다.”


완벽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십시오. 세상은 조용히 준비만 하는 사람보다 요란하게 부딪히며 배우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줍니다. 당신의 수레가 비어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요란하기에 누구보다 빨리 발견될 수 있습니다. 결국, 빈 수레도 요란함을 멈추지 않을 때만, 세상은 그 수레를 채우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묵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오십 대 인사부장은 오늘도 소리 내어 구르는 빈 수레들의 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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