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토요일은 세상 어디에서도 즐거운 날인 건 틀림없다. 여기도 마찬가지이다. 나비도 분명히 아는 모양이다. 지난 월요일 나비의 날개는 무겁고 몽롱했는데 토요일의 나비는 거의 새처럼 난다. 기세나 기운이라는 것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친구와 중고시장을 가기로 했다.
주말마다 야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재미와 절약을 함께 할 수 있는 곳. 혼자 살기 위한 기본적인 식기나 필요품들을 사 볼까 생각하니 뭔가 뿌듯하다. 뭔가 되고 있다. 과연.
그야말로 벼룩이 집 지을 것 같은 물건들이 즐비하다. 각각의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그 물건을 파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 판매를 통해 큰돈을 벌어서 ‘부자가 된다!’라는 투지는 절대 찾을 수 없다. 이런 태도는 구매하는 나에게도 전이 되면서 힘이 빠진다. 세상에는 ‘잘살아 보세!’ 구호로 전투적인 태도를 가진 이가 어울리지 않는 곳도 있다.
성경의 예수가 성전을 뒤엎었다. 그건 그곳에서 비둘기와 성물을 파는 상인들에 대한 분노였다. 그들의 신성모독?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태도가 문제였다. 애초에 물건을 파는 곳은 시장이고 성전은 믿음을 파는 곳이다. 예수의 분노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마음을 파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고 생각한다. 돈은 있을 곳에 있어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
어제 친구가 소개해준 한인교회 유학생 중 한 명의 어이없는 신앙 경험 고백이 스쳐 간다.
‘독일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이동 중 검표 직원이 차표 검사를 하는데 불시에 하는 일이라서 검문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차표를 사지 않고 타다가 발각되어 벌금을 내는 확률로 계산을 해 보면 사지 않고 타는 것이 경제적이야. 난 오늘도 검문에 들키지 않도록 기도를 해. 어렵게 유학비를 마련해 주신 부모님과 나의 기도에 응답 주신 사랑의 주님을 위해 검소함과 절약은 꼭 필요해.’ 나는 귀가 의심스럽다. 정신병원을 견학하는 기분이다. 내가 할 걱정은 아니겠지만 기독교의 앞날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