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 몇몇 또래 한인 지인들과 기숙사 공동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한껏 늘린 이민 가방에 채워 온 밑반찬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무짠지. 고추 조림. 깻잎 조림. 마늘장아찌. 한국에서는 흔하던 것들이었다. 귀하다는 건 많지 않은 것들에 대한 찬가다.
어설픈 친구의 김치가 나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맛있는 배추김치라고 생각한다. 반하자면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은 맛없는 배추김치다. 총각김치나 열무김치와는 다른 이야기다. 친구의 김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기는 뭐든 그렇기는 하다.
익숙한 대상이 주는 최고와 최악은 일상의 기준이 된다. 귀한 것과 익숙한 것은 순서다. 뭐든 오래되면 익숙해진다. 익숙한 것을 갈망하는데 귀한 것이 좋고 특별한 것을 갈망하지만 편안함이 좋다. 애초에 그렇게 정형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면 삶이 힘들게 뭐가 있겠나 싶다. 기대가 주는 실망감이나 만족감에 흔들리고 싶지 않은데 좀 힘들다. 우선 대단히 미안하다. 김치가 맛이 없다. 배추김치다. 아직 고향의 때가 벗겨지지 않은 것으로 미안함은 갈음하기로 한다. 타지의 고단함은 의외의 곳과 예상치 않은 것에서 시작한다. 독일에서는 밥 한번 먹기가 이렇게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