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공포의 세탁실, 7일마다 깨끗한 자로 거듭나기

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by 목림


기숙사 지하 일부 공간에는 공동 세탁실이 있다. 동전을 넣으면 작동하는 세탁기가 3대 있는데 용량이 꽤 커 보이는 기계다. 독일의 유명한 세탁기 브랜드 밀레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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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정면으로 보이는 3대의 세탁기 옆에는 조악하게 설치된 나무 찬장이 있고 그 위에는 가루세제 통이 있다. 정체불명의 액체 통이나 뭔지 모를 성분이 들어있는 병들도 보이고 진한 회색의 벽은 거친 콘크리트 질감이다. 누가 폐유를 뿌린 듯한 이곳저곳 검은 얼룩은 꽤 위협적이다. 지지직거리는 형광등도 한몫한다. 찬장 한 귀퉁이에 누군가가 놓아둔 고물 라디오의 비틀어진 안테나 끝에서는 전파의 울음소리가 화음을 넣는다. 여기에 향긋한 세제 냄새는 최고의 이질감이다. 밀레는 상당히 고가의 상품을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다. 밀레 세탁기는 대리석으로 치장된 벽과 바닥이 있고 샹들리에라도 매달린 천정이 있는 장소에 더 어울리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혹시 이곳의 진짜 용도는 세탁기에 사람을 넣어서 고문하는 곳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여기저기 방치된 먼저 세탁된 세탁물은 누군지 모를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동정심이라고는 개미 눈물만큼도 없다. 깨끗한 옷은 이런 곳에서 탄생한다. 나는 일주일 동안 입은 옷을 모두 모아서 주 단위 한번 세탁실을 이용한다. 7일마다 어둠을 뚫고 깨끗한 자로 거듭나기 위해.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내 옷들의 색깔들이 정체성을 잃어간다. 하지만 옷을 색깔별로 세탁을 하려면 이곳에 자주 와야 하고 너무 많은 동전이 필요하다. 시간과 돈이 든다. 참된 인간의 시간과 돈은 좀 더 나은 곳에 써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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