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뮌헨의 자유인과 아드리아

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by 목림


‘뮌헨의 자유’라는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블록에는 ‘아드리아’라는 이탈리아 식당이 있다. 가끔 배가 고프다거나 혼자 너무 심심할 때, 그곳에 가서 전설의 대왕오징어를 썰어 놓은 듯한 크기의 오징어가 들어있는 해물 스파게티를 먹는다. 그런데 조금 곤란해지는 건 허기나 무료함이 늦은 밤에 올 때이다. 당연하다는 듯 그곳에 간다. 늘 그 스파게티는 커다란 잔에 가득 채워진 밀맥주와 먹는다. 양은 정말 많은데 배가 부른 느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왁자지껄 현지인은 가득하다. 사람은 없다. 그들 얘기가 아니다. 나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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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러 가지만 난 그곳에서 나오면 항상 취해 있었다. 그리고 ‘뮌헨의 자유’ 역을 중심으로 일대를 하염없이 걸어 다닌다. 가끔은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사 먹기도 하면서 다니는데 그 주스는 주스 맛이 나는 오렌지 맛 요구르트다. 먹고 싶은 주스도 못 고르는 처지는 아쉽지만, 오렌지 맛 요구르트도 맛은 있다. 늦은 밤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택시를 잡는다. 그냥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 ‘콜’ 하지 않은 택시를 잡는 것은 만국이 다 어렵다. 택시 기사 분들 잘못은 아니겠지. 몇 번 어려움을 겪은 후 엄청난 노력의 결실을 받았다. 하염없는 걸음이 사창가를 찾아낸 것이다. 그곳 앞에는 택시들이 즐비하다. 예전에 누군가 얘기했다. 기차역과 사창가에는 택시가 많다고. 대개 어디든 두 곳은 공존한다. 일단 ‘아드리아’ 부근에는 기차역은 없다. 그리고 이곳은 근무하는 분들이 직접 나와 호객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불법이란다. 다행이긴 하다. 이상하게 들린다. 사창가 자체가 불법은 아닌 거야? 일하시는 여성분들 잘못은 아니겠지. 5층 정도 되는 높이의 앞면이 넓은 건물에는 좁은 창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각 창문에는 정말 끔찍하게 유치한 하트 네온사인이 박혀있다. 이 건물 앞에서는 택시 기사만 호객행위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차 앞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리고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아저씨들에게 목적지를 묻고 태운다. 나는 그 건물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태워준다. 필요한 것들에는 악한 것도 많다. 어떤 상황이 오래되면 가치관이 형성되고 자연스러워진다.


독일어의 ‘당연하다.’라는 표현은 ‘나튀얼리히’다. ‘나투어’가 어원이라나. ‘나투어’는 영어로 치자면 ‘네이처’다. 문득, ‘뮌헨의 자유’ 역 일대의 ‘아드리아’에 나는 밥을 먹으러 왔던 것이 아니다. 나는 술을 먹으러 온 것이었다. 너무 술을 먹고 아파진 속 때문에 대왕오징어가 들어 있는 파스타를 후루룩 쩝쩝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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