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걷고 있는데 자꾸 덜컥 덜컥 소리가 난다. 어지간히 무딘 신경이라고 자처했건만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껌이라도 밟았나. 코가 날렵한 검정계열의 신발은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다.
마트에서 본 검은 구두형 스니커즈가 마음에 들어 구매한 지가 꽤 되었다. 신발 따위에게 마음을 쓰는 건 좀 치사스러워서 난 예전부터 신발이 늘 하나였다. 여기에는 숨은 신념 같은 건 없다. 그랬다. 신발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비참한 지경이 되었을 때 비로소 바꾼다. 여분의 신발은 슬리퍼 정도다. 싸게 구매한 검정 구두형 스니커즈 고무바닥이 본체를 떠나려 한다. 신발에 입이 생겼다. 원래는 멋진 녀석이 시간이 가면서 쉼 없이 떠들기 시작한다. 몰랐다.
낡으면 시끄러워지는구나. 안경에 낀 먼지도 닦지 않고, 쉽사리 신발의 수를 늘리지도 않는 나를 보며 친구는 나를 대단한 사상가 인양 추켜세우고 나는 또 생활을 포기한다. 이제는 안경을 닦아내는 작은 손수건이나 신발 밑창을 살펴보는 정성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어제는 친하지도 않은 작곡과 선배 형과 그의 친구, 내 친구와 함께 저녁을 했다. 이름도 기억 없는 선배 형의 친구는 3년여의 기나긴 유학기를 추억하며 엄청나게 떠들어 댔고, 나는 사사건건이 싫은 내색을 하고 싶은 욕망과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쳐서 귀가했다. 오래되고 싼 것은 원래 시끄럽다.
준비하고, 관리하고, 최선을 다하고. 신발은 많은 돈이 없으면 접착제를 사서 붙이면 되고 돈이 있으면 새것을 사면 된다. 시끄러운 인간은 안 보면 되나. 이제는 한국어는 잊어버리고 독일어는 발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