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친구와 ‘올림피아 젠트룸’에서 만나기로 했다. 뮌헨 올림픽을 기념한 공원인데 큰 유리 그물망 지붕을 가진 경기장에 인공호수도 있고, 올림픽 타워, 근처 자동차 박물관 등 무언가가 잔뜩 있다. 지하철역 앞에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처음 보는 분이 같이 서 있다. 나이는 지긋해 보이고 무슨 공부를 하는 사람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분은 내 친구를 굉장히 좋아한단다. 그런가 보지. 굳이 나온 이유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는데, 이분은 나를 굉장히 많이 안다. 난감하다. 반갑다고 하고, 얘기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그들이 미리 내 이야기라도 한 거겠지. 친한 친구와 그냥 만나려 했다. 아무 이유도 없다. ‘버스가 지하철보다 풍광을 즐기고 사유를 하기가 좋다.’라는 말은 나도 동감한다. 하지만 난 쉬려고 나왔는데. 뜬금없는 결론을 듣는다. 자신은 내 친구만큼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단다. 왜 별안간 이분의 애정 순위 2등이 된 건지 모르겠다. 둘은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눈 거야.
오래전,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직업을 구하고 있었다. 어느 회사 영업사원을 해 볼까 면접을 본다고 한다. 심지어 그 회사는 면접자들을 더 데려오면 좋겠다고 했단다. 의리 좋은 이 친구가 또 한 친구를 데려가려 한 모양이다. 그 친구가 데려가려 했던 다른 친구는 고졸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고졸은 안된다고 한 모양이다. 모두 친한 녀석들이었고 갓 제대한 복학생 신분으로 그런저런 이유로 난 그냥 회사 면접 현장이 궁금해서 면접장을 따라가 보았다. 회사 문 앞에서 관계자들이 나를 보고 무척 괴로워한다. 웃는데 태도는 왜 왔냐는 식이다. 반쪽짜리 정보를 듣고 기다리던 그들이 나를 고졸 친구로 오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대학을 복학할 사람이라고 알게 되자 별안간 들러붙는다. 애초에 그곳에 취직할 의사는 없었으니 그들의 회사 홍보는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계는 언제나 선입견과 오해로 결정된다. 올림피아 젠트룸에는 당시 테러로 이스라엘 선수들이 학살당한 슬픈 얘기를 담은 추모 공간도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