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낡으면 시끄러워진다 (신발 밑창의 입)

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by 목림


걷고 있는데 자꾸 덜컥 덜컥 소리가 난다. 어지간히 무딘 신경이라고 자처했건만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껌이라도 밟았나. 코가 날렵한 검정계열의 신발은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다.

입벌린 신발.jpg

마트에서 본 검은 구두형 스니커즈가 마음에 들어 구매한 지가 꽤 되었다. 신발 따위에게 마음을 쓰는 건 좀 치사스러워서 난 예전부터 신발이 늘 하나였다. 여기에는 숨은 신념 같은 건 없다. 그랬다. 신발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비참한 지경이 되었을 때 비로소 바꾼다. 여분의 신발은 슬리퍼 정도다. 싸게 구매한 검정 구두형 스니커즈 고무바닥이 본체를 떠나려 한다. 신발에 입이 생겼다. 원래는 멋진 녀석이 시간이 가면서 쉼 없이 떠들기 시작한다. 몰랐다.


낡으면 시끄러워지는구나. 안경에 낀 먼지도 닦지 않고, 쉽사리 신발의 수를 늘리지도 않는 나를 보며 친구는 나를 대단한 사상가 인양 추켜세우고 나는 또 생활을 포기한다. 이제는 안경을 닦아내는 작은 손수건이나 신발 밑창을 살펴보는 정성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어제는 친하지도 않은 작곡과 선배 형과 그의 친구, 내 친구와 함께 저녁을 했다. 이름도 기억 없는 선배 형의 친구는 3년여의 기나긴 유학기를 추억하며 엄청나게 떠들어 댔고, 나는 사사건건이 싫은 내색을 하고 싶은 욕망과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쳐서 귀가했다. 오래되고 싼 것은 원래 시끄럽다.


준비하고, 관리하고, 최선을 다하고. 신발은 많은 돈이 없으면 접착제를 사서 붙이면 되고 돈이 있으면 새것을 사면 된다. 시끄러운 인간은 안 보면 되나. 이제는 한국어는 잊어버리고 독일어는 발전하지 않는다.



이전 24화22화: 뮌헨의 자유인과 아드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