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화: 열리지 않는 문, 이방인의 지하철

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by 목림

‘젠들링어의 문’역에서 내려야 한다. 서울에서 기초만 겨우 익히고 온 독일어를 본격적으로 배우려면 어학원을 가야 하고 ‘인링구아’어학원은 그 역에서 내려서 찾아가야 한다. 단단히 설명을 듣고 차에 올랐지만 긴장된다. 뮌헨의 지하철은 조금 다르다. 우선 좀 낡은 느낌에 서울보다 짧은 형태이다. 지하철이라는 명칭이 맞는지도 의심스럽고 이들이 부르는 ‘U-Bhan’ 이라는 명칭이 꽤 잘 어울린다. 지상으로 연계하여 움직이는 라인은 ‘S-Bhan’의 명칭으로 특화하기도 하던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우선 탈 때는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 내릴 때는 손잡이를 직접 밀지 않으면 열리지를 않는다. 반대였나? 좀 우습다. 지하철 문 앞에서조차 ‘이 나라의 방식’을 배우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는 건가. 버스노선도 나름 잘되어 있고 뮌헨의 버스는 서울보다 더 멋진 느낌이 있다. 이국적인 거리를 구경하는 맛은 버스를 타는 것이 더 좋다. 다음에는 버스노선 공부를 해야겠다. 그런데 대중교통비는 엄청나게 비싸다. 맥주는 정말 싸던데. 겨우 도착한 어학원은 예상대로 인종 백화점이다. 색색의 각자들이 분주히 오고 가고 그 속에 나도 한몫하며 접수처를 찾고 있다. 불굴의 의지는 여전히 생기지 않는다. 그냥 긴장만 한다. 로봇이라기에는 너무 둥글둥글한 커다란 아주머니 직원이 로봇처럼 응대한다. 학원비를 지불하고 8명이 참여하는 기초반 교실로 배정되었다. 나를 향해 말을 거는 푸른 눈과 찰랑이는 금발의 북유럽 절세 미녀도 없고, 함께 밴드를 만들어 기타를 쳐 줄 것 같은 가죽 잠바가 어울리는 늘씬한 록스타형의 미국인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건 희망 속에서 빚어낸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진실은 있다. 새로운 날들이 기다린다. 아니다. 그저, 시작되려는 무언가의 소리가 아주 천천히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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