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화: 어느 나라의 닭도 그렇게 울지는 않는다

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by 목림

일찍 기숙사를 나선다. 어학원으로 가는 길은 얼마 전 익혔기에 부담스럽지는 않고 설레는 쪽이다. 독일어를 잘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우리 반 담당 선생님은 놀라울 정도로 접수처의 둥근 아주머니의 모습과 흡사하다. 설마 같은 사람은 아니겠지. 독일인들은 정말 크기도 하다. 8명의 수강생은 저마다의 국적과 나이 이름 등을 이야기하며 자기소개를 한다. 신디, 무하마드, 마이클 등등 이런 느낌이다.

첫 시간부터 잠시 다른 생각으로 흐름을 놓치고 있다. 갑자기 저쪽 첫 수강생부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네덜란드! 삑삑!’, ‘터키! 꾸약 꾸약~’, ‘잠비아! 푸르를!’. 내 차례가 다가온다. 선생님이 분명 무슨 질문을 했고, 학생들은 대답하고 있다. 나라 이름을 얘기하고 다음은, 왜 저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집중하지 못한 나를 탓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도무지 학생들의 소리에서 공통점을 찾을 길이 없다. 내 차례가 왔고 난 대답한다. ‘대한민국! 삐룩 삐룩...’영 자신은 없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한국의 닭은 그렇게 우니!’ 질문은 각국의 닭 울음소리였다. 이럴 수가. 또 실수다. 이건 국가 차원의 실수인가. 아직 나는 나라를 대표할 준비가 되지 않는다. 세상의 사람들은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의 날들은 가고, 나는 나의 날들이 가기 전에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세상에서 울 수 있는 건 닭 말고도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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