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품다 #14

by 채온





수술 전날 나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두근거리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고,

수술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밤새 나를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하였다.


글쎄.

이런 두려움….

아마도 내가 수술을 받는 것보다

(경험상 나도 수술을 두어 번 받아보았지만)

더 무섭고, 더 가슴 떨리는 일이었던 듯하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에

간호사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혼곤히 잠이 들어

잠시 꿈을 꾸게 되었다.


H와 나는 함께 걷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건물 내부는 너무나 넓고

천장 또한 높았다.

건물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방이 하얀 벽이었다.

오로지 하얀색 벽면만 있는

그곳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물은 나에게는 무릎 약간 위의 깊이였다.

H에게는 순간 발을 잘못 디디면

그대로 미끄러져서 빠질 수 있는 깊이.


갑자기 두려움에 멈칫하는 순간,

정말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H가 물에 빠져 버렸다.

H는 앞으로 그대로 고꾸라져서

마치 가라앉듯이 허우적거렸고

나는 놀라서 H를 향해 달려갔다.


물 속이라

생각만큼 빨리 나아가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이 내게는

천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간신히 아이의 뒷덜미를 잡아

얼른 일으켜 세웠다.

아이는 울면서 물을 토해내고

컥컥거렸다.


아... 다행이야!

H가 살았구나!


나는 죽을 아이를 구해낸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 새벽녘.

아이는 잠들어 있고

곧 수술실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꿈을 꾸면서,

H를 건져내는 그 순간,

꿈꾸는 나의 자아는 생각하였다.


그래. 이 수술은

내가 H를 살리는 수술이야.

죽을 수 있는 내 새끼를 살려내는 일이야.

그래. 이건 내가 H를,

그 누구도 아닌 엄마인 내가

아이를 살려내는 걸 말하는 거야.


그러니 오늘 수술은 반드시 잘될 것이야.

그 결과도 좋아서 앞으로 다시 H는

이것으로 인해 수술하는 일은 없게 될 거야.

그래. 맞아. 아무렴. 그런 거야.


아침 6시.

간호사는 내게 H의 수술복을

입히라고 전했다.

잠에서 덜 깬 아이를 다독이며

수술복으로 갈아입혔다.


그 아침의 시간이 내게는

신성스럽고도 아주 고요했던

의식이었다.


금식이었던 아이는 눈 뜨자마자

요구르트를 마시고 싶어 했다.

H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요구르트를 하나 마신다.

그것이 그날 분의 요구르트이다.

그것이 거부되자

물을 마시고 싶어 했지만

나는 매몰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이가 칭얼거렸다.


나는 참으로 냉정한 엄마이다.

간호사가 피를 뽑는답시고

아이의 팔뚝에 몇 번이나 바늘을 찔러대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한숨 한 번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의사에게, 간호사에게

짜증을 내보았자

정말 내 자식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제발 이번에는 한 번에

제대로 피를 뽑을 수 있기를

그것만을 속으로 기도할 뿐이다.


나의 꿈.

그것은 정녕 그러한 뜻이겠지요?


2008. 2. 19.




2026. 3. 2.


때때로 꿈은 사람의 소망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도 <꿈의 해석>에서

꿈은 소망충족임을 언급했다.


그래서 꿈은

무의식이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의 해석은

어쩌면 자기 위안일지도 모른다.


H의 수술에서

나의 소망은 저렇게 드러났나 보다.


여전히 나는 꿈을 자주 꾼다.

해석이 너무 어려워

꼬여 있는 은유가 많은 꿈.

단박에 해석이 가능한

직시적인 꿈.


꿈에 매달리지는 않지만

가끔은 나의 의식과 무의식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그렇게 열망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