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품다 #13
2월 4일,
H는 첫 번째 외래를 다녀왔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다시 MRI를 찍어보자 하셨다.
수술이 잘 되었는지,
또 다음에 MRI를 찍어 비교도 해 볼 겸.
대학병원은 비용이 너무 비싸니
다른 영상의원을 소개해 주셨다.
그래서 이날은 염증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피검사만 하고 돌아왔다.
2월 5일, H는 수면제를 먹고 MRI를 찍었다.
잠든 H가 검사하는 동안,
엄마는 내내 그 곁에서
혹 이 무시무시한 기계음에
아이가 깨지 않을까,
깨어서 공포에 질려
울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서 있었다.
사실 엄마가 듣기에도 그 기계음은
가히 견뎌내기 어려운 소리였다.
영상의원의 교수님은
수술이 잘 된 것 같다고,
그래도 척수수막류 증상을 가진
다른 아이들보다는
H의 상태가 경미한 것 같으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다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셨다.
2월 11일, 두 번째 외래.
H의 피검사 결과도 좋았고,
MRI 상 수술부위는 괜찮은 듯했다.
이제 일 년 후에 다시 찍어서
그 경과가 어떠한지
살펴보면 될 듯하다.
그 일 년 동안
H가 부쩍 자라주길 바란다.
문제가 되는 척추 신경이
정상인처럼 잘 따라 올라가
앞으로 H에게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또한, 그 일 년 동안
H가 마음으로도 부쩍 커주길 바란다.
이제 엄마와 H만 살아가게 될 집에서
H가 멋진 기둥이 되어 주길 바란다.
사랑합니다. 나의 큰 아들. H.
2008. 2. 18.
2026. 3. 1.
H의 척추 MRI 사진은 지금도 정상적이지 않다.
방광도 찌그러진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도 허리는 반듯하고, 달리기도 잘한다.
대소변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리 힘도 좋다.
지난 2월에는 혹한기 훈련도 잘 받고 왔다.
MRI 사진만 봐서는 그렇다.
이 사람이 왜 정상적으로 움직이죠?
난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H가 처음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경기북부 병무청이 난리가 났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모두들 와서
신기하게 자신을 들여다보았다고.
척수수막류 수술한 사람은
말로만 들었지 처음 보았다고.
그렇게 말하며 정말 멀쩡한지
열심히 보더란다.
어릴 적 수술 자료를 가져갔음에도
그날 또 MRI를 거기서 찍었다.
이 기계 진짜 오랜만에 작동하는 거라며
군의관이 덧붙였다.
4급이 나왔다.
현재 몸은 멀쩡하지만, 어쨌든 MRI는
정상인이 아니니까.
담당자에게 H가 물었단다.
4급도 현역 신청할 수 있어요?
담당자가 H를 빤히 쳐다보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사람이 없을 걸요.
그 말을 전해 듣고 내가 빵 터졌다.
우리 모자가 둘 다 미친 건가.
곁에서 W가 형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남자라면 현역 갔다 와야지.
며칠 전에,
W도 경기북부 병무청에 다녀왔다.
작은 아들은 자랑스럽게 판정결과서를 내밀었다.
1급.
난 병역판정검사 4급과 1급의 엄마다.
물론, 나의 아이들은
나에게 늘 특급 아들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