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by HIPE


나의 문장이 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첫 연재를 시작하던 날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거창한 포부보다는 그저 내 안에 쌓인 고단함을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연재 초기의 글들은 유독 어두웠습니다.


가장이라는 무게,

프리랜서의 불안함,

그리고 사춘기 아이와의 거리감까지.

제 문장들은 자꾸만 날이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재가 중반을 넘어갈 무렵,

문득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 속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원망이 서려 있더군요.


나의 힘듦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이들을 방관자나 갈등의 원인으로 묘사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이 훗날 가족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랑해서 시작한 기록이 정작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저는 과감히 계획했던 목차들을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기어이 빛을 찾아내는 과정,

미워하는 마음 뒤에 숨겨진 미안함과 고마움을 복원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을 원망하던 마음을 거두고 나니,

비로소 '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힘들었던 건 가족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너무나 잘 지켜내고 싶었던 나의 과한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을요.


첫 연재를 통해 제가 배운 것은 유려한 문장력이 아니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결국 타인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어 나를 먼저 다독이고,

우리라는 울타리를 다시금 확인하는 과정임을 깨달았습니다.


시즌 1을 마치며,

이제는 제 글 속에 온기가 더 많이 남았음을 느낍니다.


부족한 가장이자 초보 작가의 푸념 섞인 기록을 끝까지 함께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저는 이제 잠시 노트북을 덮고,

글 속의 주인공들이 있는 거실 매트리스 위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곳에서 다시 충분한 온기를 채워,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시즌 2에서 뵙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거실에서 버티고 있을 모든 가장의 밤이,

부디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한마디


"글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그 거울이 누군가를 찌르는 칼이 되지 않도록 다듬는 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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