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봄을 데리고 왔다.
(물론,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도 함께 동행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
새싹들을 깨우는 촉촉한 봄비
하나둘 터트리기 시작한 아름다운 봄꽃들
참으로 좋다.
퇴직하고 얼마간은 거의 매일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며 혼자 외치곤 했다.
알람 없이 푹 자고 오전 8시쯤 눈을 뜨다니...
어머나~ 지금 학교는 막 아침 조회 시간이 시작되고 있을 텐데...
커피를 마시며 오전 10시의 햇살을 쬐고 있다니...
어머나~ 지금 학교는 막 3교시가 시작되고 있을 텐데...
창가의 화분들을 위해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오후 2시의 바람으로 집안을 환기시키다니...
어머나~ 지금 학교는 막 6교시가 시작되고 있을 텐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혼자 이 바람과 햇살을 차지한 양 승자가 된 기분을 느끼곤 했다.
퇴직 전에는 새벽에 출근하고 저녁에야 지쳐서 퇴근하니
오전 10시의 봄햇살이 이렇게 부드럽고 간지러운지 몰랐다.
오후 2시에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바깥공기를 집 안으로 들일 수도 없었다.
새 학기의 모든 업무들은 긴장되고
늘 해야 할 일들이 물밀듯 밀려오니
계절이 어떤 속도로 진행되는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공기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발밑에선 어떤 꽃들이 피고 지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오늘은 어머니들과 ‘봄’ 주제로 글쓰기를 하였다.
진달래꽃 따먹으며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닌 이야기,
친구들과 꽃구경 다녀온 이야기와 함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진달래꽃 따먹고 놀다가
산속에서 한센병 환자(옛날에는 문둥이라고 불렀다.)를 보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던 이야기를 하며 함께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
그랬다.
내가 초등학교(아니 국민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소록도의 한센병 관리 병동이 만들어지기 전이었고
동네마다 한센병 환자들이 숨어 살았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환자들이 아이를 잡아가서 간을 빼먹는다는 무서운 괴담이 퍼져있어서 우리 아이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무서웠었다.
한참 동안 봄 수다를 떨다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문장을 글로 써 보라고 했다.
나의 학생들
참으로 귀엽고 훌륭하다.
시간은 긴 겨울 터널을 지나 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