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얼마나 답답했을까?

by 운촌

얼마나 답답했을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욕심부리지 않고 연습 삼아 본다고 말씀은 쿨하게 하시지만 응시 원서를 쓰고 나서 긴장하시는 것이 역력하다. 기출문제 연습을 많이 했지만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사람과, 익숙한 공기 속에 연습하는 거랑 실제 시험은 매우 다르다.


처음으로 도전했던 첫 시험에서의 긴장감과 낭패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가 본 낯선 학교의 낯선 교실, 낯선 옆자리 응시자들....

시험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읽어도 문제가 이해되지 않아 소리 내서 더듬더듬 읽으니 감독관은 자꾸 와서 소리 내어 읽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게다가 아직 5번 문제도 풀지 못했는데 옆자리 어린 초등생 놈들은 벌써 뒷장을 넘기고, 앞면도 다 풀기 전에 끝까지 다 풀어버리고 쉬고 있다. 제기랄......

저 녀석들은 쉬워서 하품을 하는데....

손에선 진땀이 난다.

선생님이 여러 번 가르쳐 준 건데 생각이 안 난다.


망했다.

익숙했던 문제는 조금씩 바뀌었고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가 버렸다.

합격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래도 도덕, 과학 과목은 합격했으니 우리 어머니들 이번에는 수학이랑 국어 사회 과목을 합격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

관계자들이 계속 건의하고 있지만 초등생들과는 시험문제를 다르게 하거나 시험장이라도 다르게 해야 한다. 70살이 넘어 80살이 넘어 한글부터 어렵게 겨우 배워 죽기 전에 원이었던 초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따려는 어르신들이랑 적응이나 건강의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을 한 어린아이들과 같이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어머니들이 얼마나 대견하신가? 그저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 수학, 사회 공부도 하고 시험도 보게 되니 말이다. 잠시 어머니들과 수다를 떨었다.


“글자를 몰라 가장 답답했던 때가 언제였어요?”


수도 없이 많았지. 그 설움과 답답함이란.......”


“아들이 군대를 갔을 때, 보고 싶어서 편지를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줄 알아야지.... 그래도 삐뚤삐뚤 어미 맘을 담아서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아들놈이 그걸 읽고 전화를 하며 엉엉 울다가 전화를 끊더라구.”


“아직도 힘들어. 저번에도 병원 가서 이름이랑 주소를 쓰는데, 틀릴까 봐 손이 떨렸어.”


“젊어서 공장 다닐 때, 공장에서 다른 회사로 짐을 부치는 걸 시키는 거야. 글을 모른다고 말은 못 하고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어찌할 수가 없어 엉엉 울었었어.”

“그래서 어떡하셨어요?”

“신랑을 불러내서 써달라고 했지.”


“내가 다니던 공장이 부도가 나서 무슨 서류를 써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척척 쓰는데 나는 못 써서 엄청 맘을 졸였었어. 더 좋은 일자리가 있어도 글을 몰라서 못 간 곳도 많고.”


“하도 답답해서 집에 가는 길에 피아노 학원이 보이길래 무조건 들어가서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한 적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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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어머님들......


당신들의 어려움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합니다.


이제,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면 주위를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우리 어머님들 같은 어르신이 있는지......

KakaoTalk_20260302_193203990.png 그림 by 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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